20여 년 전 나의 첫 발령지는
경기도의 끝이자
나의 집과 너무도 먼 도시였다.
그 지역의 분위기도,
특성도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어렸다.
정교사로 발령 받기 전
기간제 교사를 할 때
학교에 바로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내가 그 지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선생님
저도 김 선생님처럼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이
언젠가는 될 수 있을까요?
2005년 첫 발령지의 아이들은
학교 교육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김 선생님.
그분의 말씀을
아이들은 잘 따랐다.
경주 선생님.
김 선생님이
좋아 보일 수는 있지만
혹시라도
경주 선생님이
김 선생님을 따라 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돼요.
같아지지도 않을 거고요.
경주 선생님은
선생님만의 색깔이 있어요.
아직은 처음이라
그걸 찾기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선생님만의 색깔을
찾아갈 거예요.
나와 결이 비슷하던
나보다 열다섯은
더 나이 드신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한)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마음에 남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나는 아마도 나의 색을 찾은 것 같다.
나의 마지막을 두고
꽃 같은 아이들이
아름다운 안녕을 해주던 날.
포스트잇으로 예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써준 글들에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본다.
항상 조용히 있고 쑥스러워서
티는 잘 못 냈지만
저는 늘 국어시간이 제일 좋았어요.
예쁘게 저희를 바라봐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고
늘 열정적으로
저희를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따뜻하고 열정적인 교사가 되기로
다짐한다.
* 빛바랜 아이들의 글 속에서 나의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