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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ho Feb 02. 2024

킨츠기

이렇게 깨져도 수선이 되나요?

프로필에 ‘킨츠기의 시간’이라고 적어놨더니 지인이 묻는다.

킨츠기가 누구우?

웃음 이모티콘을 보내며 장난스럽게 응수한다.

그런 사람 있어요. 나랑 찐하게 만날 사람~     

킨츠기는 우연히 알게 된 일본의 그릇 수선 기술이다. 깨지거나 금 가거나 이가 나간 접시를 합성 옻이나 생 옻을 이용해 수리한 뒤 금분이나 은분을 뿌려 새로운 그릇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어느 날 당근에서 폴란드 컵 세트를 거래했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분이었는데, 이사 정리를 하는 듯 그릇을 하나 둘 판매하고 있었다. 아파트 정문에 주차하고 직거래를 하는데 그분이 내가 구매한 컵 외에 얼굴만 한 접시 하나를 건넸다.     

이 그릇 아시죠? 너무 아까워서.      

파스타 볼 같았는데, 테두리에 금박도 둘러쳐져 있는 것이 고급접시 같아 보였다.      


이가 나가서 메우기는 했는데... 


안경을 쓴 그릇 주인이 미간을 찡그리며 점토를 작게 붙여 놓은 접시의 끝 면을 가리킨다. 무슨 접시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거절하기도 그렇고 해서 받아 들고 돌아왔다. 검색해 보니 접시는 러시아의 왕족들이 사용했다는 임페리얼 포슬린 로모노소프 코발트넷 라인이었다. 접시 한 장이 십만 원에 달했다.

킨츠키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실패한 킨츠기라는 것은 몰랐다.      

엄마들이 스테인리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깨지지 않고 닳지도 않는. 영원 무적의 소재. 코렐이 그렇게 인기인 것도 가벼워 핸들링이 쉽고 깨져 버리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이 없어서일 것이다.      

가짜인 것은 싫고, 닳고 오래가더라도 성질이 그대로인 것이 좋다. 도자 접시는 이러나저러나 도자이지만 깨지면 파이인지라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킨츠기 기술을 알고 대번에 기술과 그릇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일본 여행을 가서 킨츠기 비기너 세트를 구입했다. 문제는 킨츠기의 방법이 여러 가지라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 여러 영상을 돌려봐도 가지고 있는 재료가 무엇에 해당하는지 잘 알 수가 없어 절로 끙끙 소리가 난다.      




킨츠키는 시간의 기술이기도 하다. 천연 옻으로 할 경우 모두 고치는데 1주일 이상이 걸린다. 

깨진 접시 재수 없다고 싫어하는 문화도 있고, 요즘처럼 이쁜 공산품들이 저렴하고 널린 세상에 깨진 접시를 이어 붙여 사용하고 싶은 내 마음의 저변에는 무엇이 깔려 있을까.      


마음도, 사랑도, 상처도 복구가 되나요? 리콜이 되나요? 수선이 되나요?    

깨진 것들의 유한성을 무한성으로 극복할 수 있고, 수선이라는 공통의 닮음 요소가 매력이 되어 내 마음이 끌렸나 보다. 


새로운 그릇 라인을 들이며 지니고 있던 폴란드 그릇들을 당근 했다. 포장을 잘못했는지 우체국에서 보냈지만 꽃잎 디자인의 볼이 두 동강 나서 왔다고 연락이 왔다. 다른 그릇 하나를 보내주기로 하고 그 그릇은 돌려받았다. 초보자가 하기엔 상처가 꽤 크다. 




심호흡을 하고, 이제 이 그릇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쳐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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