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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혜원 Apr 17. 2024

음악 에세이 '첫귀에 반한 재즈' 8

나는 기억한다.; 우정, 죽음 그리고 애도

리 모건 <I remember Clifford> 들어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wB4xWjgbGwY

‘Lee Morgan Vo.3’ 앨범 들어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feNz-vgOSgA&list=PL0q2VleZJVEnC6WghPVzNitAPF4w-dMYU

오래 전 사촌 형님 한 분께서 40대 중반에 지병으로 일찍 작고했을 때 그의 친구 한 명이 장례식장에 와서 꺼억꺼억 울다 갔다고 전해들었다.
그런 말이 있다. 장례식장에서 진심으로 울어줄 친구 한 명만 만들고 가도 잘 살고 가는 거라고.

클리포드 브라운Clifford Brown

이 시리즈의 초반에 여가수 헬렌 메릴의 데뷔 앨범 ‘Helen Merrill’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소개했던 트럼펫터 클리포드 브라운Clifford Brown은 1956년 비 오는 밤에 교통사고로 자신의 차 뒷좌석에서 사망했다. 클리포드의 차 앞자리와 운전석에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동료 재즈 피아니스 리차드 파웰Richard Powell 부부가 타고 있었다. 그들이 탄 차는 마주오던 트럭과 거의 동시에 도로 위 커다란 물 웅덩이를 지났다. 트럭 바퀴가 튀긴 물벼락이 클리포드 브라운이 탄 차의 앞 유리창을 덮쳤고, 곧 바로 차는 도로를 탈선해서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며 나무를 들이받았다. 탑승자 세 사람 모두 사망했다. 


이들의 사망 소식은 날이 밝고 오후 들어 클리포드 브라운의 막역한 친구였던 테너 색서포니스트 베니 골슨Benny Golson에게 전해진다. 토요일이었다. 더 정확히는 토요일 오후에 베니 골슨인 클럽에서 공연을 하다가 중간에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함께 공연하던 연주자들도 다 같이 비보를 들었다. 토요일 오후였기 때문일까, 그날 그들이 연주하기로 한 레퍼토리는 신나고 경쾌한 션율과 리듬의 곡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무대에 오른 그들은 전문 연주인들 답게 약속된 흥겨운 곡들을 연주했다. 연주하는 그들의 눈은 눈물 범벅이었다고 한다.

베니 골슨Benny Golson

클리포드 브라운은 사람 좋기로 유명했고 활동하던 여러 재즈 음악인들에게 형제 같은 친구로 여겨지던 존재였다. 그가 떠나고 보름쯤 뒤 베니 골슨은 클리포드 브라운을 잃은 자신의 슬픔과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을 담은 곡을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I remember Clifford>가 완성된 것은 그로부터 2주 뒤였다.


클리포드 브라운의 죽음에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친구들이 모두 함께 울었고, 그 중 한 사람은 그를 위해 아름다운 선율의 곡을 쓰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우정을 애잔한 선율로 그려낸 <I remember Clifford>는 당시 18세였던 소년 트럼펫터 리 모건Lee Morgan이 준비 중이던 앨범 ‘Lee Morgan Vol.3’에 가장 먼저 실리게 된다. 리 모건은 과거 클리포드 브라운한테서 트럼펫 레슨을 받은 인연이 있기도 했고, 그의 연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도 클리포드 브라운이었다.

리 모건Lee Morgan

곡의 작곡자 베니 골슨은 리 모건과 이미 자주 협연하던 사이였던 터라, 앨범 ‘Lee Morgan Vol.3’에서도 사이드 맨으로서 리 모건과 함께 연주한다.


이 앨범이 나오고 1년 뒤인 1958년에는 베니 골슨과 리 모건이, 앞서 행크 모블리Hank Mobly의 <Fin de L’affaire>를  소개하면서 언급했던 전설적인 재즈 드러머 아트 블래키Art Blakey가 이끌던 재즈 5중주단 ‘재즈 메신저스The Jazz Messengers’에 정규 멤버로 함께 들어가게 된다. 음악 커리어의 기반이 되는 젊은 시절을 두 사람은 함께 보낸 것이다. 리 모건이 어렸을 적 레슨을 받았던 클리포드 브라운과 베니 골슨은 비슷한 연배였으므로 베니 골슨과 리 모건도 8년 정도 나이 차이가 났지만, 리 모건이 워낙 일찍 데뷔했기 때문에 베니 골슨도 여전히 청춘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1972년이 되던 해에 베니 골슨은 리 모건도 잃게 된다. 뒤에 리 모건의 곡을 소개하는 챕터에서 좀 더 이야기하겠지만 리 모건은 매우 충격적이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리 모건이 세상을 떠난 이 시기, 베니 골슨은 이미 오랜 시간 재즈계를 완전히 떠나 있었다. 여가수 헬렌 메릴Helen Merrill을 소개할 때 역시 언급한 바 있던 프로듀서 퀸시 존스Qincy Jones와 베니 골슨은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인연이 있었는데, 퀸시 존스가 다리를 놔서 베니 골슨은 재즈 무대를 떠나 헐리웃에서 영화음악을 작편곡하는 일을 한 지 수 년 째였다.

베니 골슨은 취미로라도 이제 더 이상 색서폰을 불지 않고 있었다. 색서폰 리드를 입에 무는 법조차 잊었고, 색서폰을 쥐고 버튼을 개폐하던 손가락의 굳은살들도 말랑말랑 보드랍게 변해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리 모건의 비보를 전해들었을 때 베니 골슨은 조금은 덜 슬펐을지도 모른다.

베니 골슨


부록12) 

클리포드 브라운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세상을 떠난 피아니스트 리차드 파웰은 또다른 비운의 재즈 피아니스트 버드 파웰Bud Powell의 동생이었다. 버드 파웰은 이 시리즈 제일 첫 장에서 소개한 앨범 ‘Jazz at Massey Hall’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바로 그 피아니스트다. 비밥 피아노 연주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긴 세월 버드 파웰은 조현병과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며 입원 치료와 퇴원을 반복하다가, 동생이 사고로 죽은 뒤로부터 10여 년 뒤 이른 나이에 정신병원에서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버드 파웰의 앨범 ‘Amazing Bud Powell Vol.5’에 수록된 명곡 <Cleopatra’s Dream>을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_YKLYC-PK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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