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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soul Mar 29. 2022

자녀의 성과는 엄마의 성적표일까?


SNS의 홍수 속에서 주눅들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기 

  얼마 전부터 별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지난여름 나는 여행 하브루타를 하는 방법을 소개한 '질문이 있는 여행'이란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이때,  출판사에서 홍보를 위하여 SNS을 추천한 것을 계기로 나의 SNS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에도 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SNS를 시작되고 나서 나는 큰 혼란을 겪었다. 관심 없던 타인의 삶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에게 노출되었고, 팔로워 수를 비롯한 수많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와 비교가 되었다. SNS의 세계는 정말 놀라웠다. 얼굴부터 몸매까지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자들은 넘쳐났고,  나는 큰 마음먹고도 가기 힘든 값비싼 숙소로 매주 여행을 가는 사람도 많았다. SNS 세상이 아닌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막 불공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SNS 속 사람들의 자녀는 왜 이리 우수한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 영어를 공부하고, 어린 나이에 원어민 영어를 구사하고, 하루 종일 책에 빠져 있는 남의 아이들 이야기는 옛날에 ~~ 카더라 하는 이야기가 아닌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머리를 한 대 쿵 맞은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수학, 영어 학원 한 번 다녀 본 적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 우리 00은 지금 잘하고 있어.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애써 마음을 다 잡아야 했다. 그럴수록 상장이며 우수한 성적표를 찍어 올린 피드는 더 자주 내 눈에 들어왔다. 나의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참 별로였다. 특히나 그 비교대상이 자녀가 되는 것은 정말 더 별로였다.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던 내가  SNS의 반복 노출을 통해 혹시 그동안 내 아이를 잘 못 키운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을 되돌리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내 아이들이 부족한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잔소리가 늘었다. 그리고 나면 마음이 왜 이리 불편한지, 이내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가 필요해 나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한 걸까? 천천히 마음을 다독이며 나 자신과 대화를 시도했다.

 " 왜 지금 성적이 SNS 속의 아이들처럼 나오지 않아 불안해?"

" 응. 불안해졌어."

" 지금 우수한 성적이 있는 게 중요해? 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었지?"

" 노력하는 태도."

" 지금 현이도 잘하고 있잖아."

" 맞아. 지금 열심히 하고 있어."

" 아이를 한 번 더 믿어줘 봐. 진짜 믿음은 어떤 상황이든, 어떤 조건이든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야. 흔들리지 마. 네가 흔들리면 아이도 흔들려."


    과거로부터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곧 부모의 성공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는 부모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야 하는 존재였고, 부모의 삶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녀의 성과는 곧 부모의 성적표인 셈이었다. 부모들은 좋은 성적표를 받기 위해 희생이나 고생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성장한 아이들의 직업과 성과에 따라 자식농사의 성패가 결정되었다. 물론 아예 잘못된 말은 아니다. 자식을 낳았으니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야 할 책임도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여기서 부모의 불안과 걱정이 시작된다. 부모로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식 농사를 실패하면 어쩌냐 하는 걱정 말이다. 사실 이러한 불안과 걱정은 내 아이에게도 좋을 리 없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양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아이의 성장과정에서의 위치를 상태를 차례대로 떠올려보았다. 엄마 눈에 부족해 보일지라도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분명 애쓰고 있다. 그래 잘하고 있다. 아차 싶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부모로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도 명확해졌다.  SNS의 홍수 속 넘쳐나는 우수한 아이들이 아닌, 내 아이의 성장 가능성, 얼마큼 성장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부모여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가 힘을 얻고, 든든한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성과가 부모의 성적표라는 생각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노력하여 100점을 맞았다고 가정을 했을 때, 부모들은 자녀에게 어떻게 이야기할까?

보통은 이런 식의 칭찬을 해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 네가 100점을 맞아 엄마는 너무 대견스러워."

" 우리 00, 너무 잘했어, 멋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런 말들이 사실은 아이의 성과가 부모의 성적표로 점수가 매겨지고 있는 말들이다. 이런 말은 아이 입장에서는 100점을 맞지 않았을 때는 엄마에게 실망을 주게 될까 걱정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성과에 대한 피드백은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 네가 노력해서 100점을 받았다니, 정말 축하한다.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과거와 달리 의도하지 않아도 남들과 비교되며 살아가기 쉬워졌다. 그 깊은 비교의 늪은 쉽게 내 아이와 나를 불안하고, 주눅 들게 만든다. 그래서 부모는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 내 아이를 믿는 마음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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