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양말 줄게, 오자미(콩주머니) 다오.
쓰임을 다한 앞코와 뒤꿈치는 잘라내고
그런대로 쓸만한 양말목을 손에 든다.
속을 채우고 단단히 박음질한다.
새 모습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오자미의 품은 손 맵시에 따라 야무진 이도, 헐렁이도 되었다.
변신의 꽃단장이 드디어 끝났다.
자, 이제 손을 떠날 차례.
힘껏! 배를 내밀고 세상을 가른다.
너를 감당하기엔 빈틈없는 모래보다 다글 보글 콩알이 좋았다.
울 엄만 모래도 싫다, 팥도 싫다, 꼭 메주콩이었지.
네게 던져도, 내가 맞아도 동글동글 덜 아픈 게 콩이었다.
그냥 버리기 아까운 건 양말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구멍 난 러닝은 잘라 행주가 되었다.
쓰고 닳은 물건 어여삐 했던 게 꼭 옛날이어 설까.
새로 사지 않아도 뚝딱 바느질 한 번이면
동네 골목과 운동회에서 신나는 힘이 되고,
그릇 몇 안 되는 설거지통 다듬는 반짝이 되던
물자 귀했던 시절.
엄마의 손이 되고 식구의 발이 닿았던 것들은
마음 다해 모두 우리 편이었다.
(사진 : AI 무료생성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