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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메리 Nov 14. 2023

4. 전세피해 지원센터

전세사기 피해기록 시리즈입니다


피해자모임에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주제가 있었는데 

그건 '전세피해지원센터'였다. 최근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각 지역마다 행정차원 지원으로 종합 지원센터가 문을 열게 되었단다.

우리가 막 소송을 시작 할 날짜와 센터가 문을 연 날짜가 겹쳤고 

2년 정도만 운영한다고 하니 빨리 가는 게 좋다고 (전해 듣기로 그랬다)

모임 안에서 지금 2명 정도가 피해자로 인정을 이미 받았다고 알려주셨다.


우리는 그 주에 쉬는 날 평일에 남편과 센터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같은 구에 위치하는 게 아니어서 가는데 1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무사히 도착해서 안심했다.


10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상담을 진행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전세사기를 의심하는 단계로 어떻게 대처하는지 정도를 묻고 있었는데

법적인 절차를 밟기 전에 허둥거리는 우리의 모습 같아서 짠했다.

 

우리는 안내를 받고 서류를 작성했다. 필요한 자료들은 이미 센터에 전화로 물어보았고

답변으로 들어서 챙겨 온 터였다. 소송 판결문이나 등본 같은 기본적인 자료였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어 지원받기 위해서는 충족되어야 될 요건이 4가지였다.

몇 개가 해당이 되느냐에 따라서 혜택 받는 범위가 크게 다르다고 강조하셨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우리는 피해자 모임이 이미 형성되어 있어서 

이 부문은 걱정 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는 마음에 접수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우리 자료를 쓱 훑어보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임대인 이름이 ***시네요. 방금 다녀간 피해자분도 ***를 신고하셨거든요. 

그 부문은 아무래도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네요.


사기꾼인 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며 점점 판이 커지는 중이었다. 

나는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 복잡한 심경으로 앉아 있었다. 


남은 이야깃거리는 집주인의 행방이었다.

중도해지 하는 사람들에게서 탄원서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가 차고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솟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센터에서는 우리가 넘긴 서류는 국토부에 올라가고 

빠르면 한 달 안으로 느리다면 두세 달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원자의 핸드폰으로 제일 먼저 연락이 올 것이니 기다려보라는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피해자로 인정이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뒤따랐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기에 희망을 안고서 센터를 나오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세 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가 있었고, 

우리는 밥 해 먹을 힘도 없어서 배달음식으로 허기를 때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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