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히 잘게 부스러진 돌 부스러기, 그 낱 알갱이
내일 다음 날의 해 진 후
여리디 여린 자국도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깊게 패여선
영원할 것만 같더니
이내 곧 홀연히 사라진다.
언제나 궤적을 남기던 시간들이
바람의 고요 속에 잠기어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처럼.
남몰래 바랬던 이야기도
간절히 기원하던 소원도
모래알에 실려 덩달아 슬그머니
그 자취를 감추고
잡을 수 없는 시간만이 모래알처럼 흘러
허망하게 지새운 하루 끝,
아, 나의 여린 자국들은 저 멀리에
총총히 박히었나 하고.
꿈결따라 알알이 물드는
모래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