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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May 27. 2024

작은 열매ㆍ너로 하여 행복이다

작은 것을 누리며 사는 모든 이에게

 힘들다는 말도

 엄마 앞에서는 사치다

 허리 한 번 곧추세울 수 없는

 그 짧은 순간에도

 열매는 달디달아

 시간은 약이라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농꾼은 아닌가 보다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들이키는 탄성을 삼키며

 늦은 저녁의 허기를 채운다


 온몸의 뻐근함을 애써 누르다

 마알갛게 솟아나는 생명을 보면서

 너도 어쩌면 한 생의 젊음을 누리려

 나에게로 왔구나 고맙다

 바라만 봐도 예쁜 너의

 이 삶을 간직하려무나

 엄마의 허리는 고꾸라지고

 무딘 손끝은 애써 보드랍게 싸매도

 너에게 닿는 손길은

 생명의 불씨다 타는 영혼이다


 너를 맞는 나의 이 노래가

 하늘에 계신 엄마에 닿도록

 엄마의 삶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작은 열매를 보면서 배운다

 생명은 소중하고

 또한 삶도 소중하고

 너의 삶이 나에게로 와서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어

 늦은 하루의 갈무리를 함께 할 수 있음을

 작은 열매 너로 하여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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