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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May 05. 2024

자식을 보니 부모가 보이네요

차마 잊을 수 없는 것들 4


 작은 녀석이 내려온다 했다

 내려온다는 얘기도

 저 먼저 하지 않았다

 미가 먼저 연휴에 놀러 갈까 물었다

 바쁜 일 없으면 데이트하자고

 바쁘면 하룻밤 잠만 재워달라고

 그랬더니

 오늘 내려온단다

 그 녀석이 내려오는 게 내가 편한지

 미인 내가 올라가는 게 편한지

 어느 게 좋은 지 사실 모르겠다


 아들놈이 내려온다면

 바쁘다

 쇠고기도 좀 사야 하고

 잡채도 해 놓아야 하고

 아이스크림도 사놓아야 한다

 고기에 상추가 빠지면 안 되지

 구루마를 끌고 밭으로 간다

 제법 일꾼다운지

 옆집 아지매가 훈수를 둔다


 고칫대가 이리 낮아 안 된다

 옆에 올라오는 거 따 주야 된다

 톡톡 끊어 주야 고치가 실하게 열린다


 사실 고춧대보다 야채를 솎으러 갔다

 친구가 연휴에 서울 간다기에

 신경 안 쓰게 물도 주려 했다

 로메인을 솎아내고

 고춧대를 바라보니 톡톡

 따 야 할 게 많다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엄마가 밭에서

 왜 온종일 허리를 구부리며 일했는지

 엄마 가신 지 한참이나 지나

 이제야 알았다.

 고춧대를 보니 눈물이 났다

 

 아들놈 덕분에

 물 주러 왔다가

 고춧대를 바라보다

 아~구 아야, 허리 아파하시던

 엄마를 이해했다

 

 자식을 보니

 부모가 보인다

 이제야


ㅡㅡ어린왕자의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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