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내리는 이유

하얗게 눈이 내리면 어지러운 색들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눈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지 세상을 하얗게 물들여서가 아니라, 어둡고 소외된 곳마저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 곳곳의 화려함도 조금은 감추어지고, 골목골목마다 부서지고 낡아 녹슬어진 모습들 위로 눈이 천천히 소복이 내려앉는다. 허물을 가려주고 감싸주는 그 모습이 고맙게 느껴진다.

연말이 따뜻한 이유는 모두가 서로 감동을 주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불편한 것은, 이러한 온정이 연말이 지나면 서서히 시들어버릴 것만 같아 아쉽기 때문이다.

스노우볼 속 하얀 모래알을 떠올려보자. 만약 모래알들이 오돌토돌 굵은 제 모양을 과시한다면, 각이 많아 서로 부딪치고 엉켜 스노우볼은 금세 깨지고 망가질 것이다. 하지만 고운 모래알들이 서로 조화롭게, 하얗고 부드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준다면 더없이 아름다운 스노우볼이 완성된다.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배려는 전달되고, 마음은 서로 비추며 통하게 마련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과시하면 선행이지만, 자기의 선행을 감추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 된다.

눈처럼 하얀 마음이 사람들 사이사이에 온기가 되어 세상에 가득하기를. 연말에 진정으로 고대해야 할 것은 화려한 연애나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바로 이런 따스한 마음의 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