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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안녕

선물 같은 시간이 되길 바라

by 우리의 결혼생활

“안녕”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슬픈 마음부터 다가온다. 이별의 그림자가 스며든 단어 앞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일까. 하지만 일상을 살펴보면,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끊임없이 타인과 순간들을 공유하며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발맞춰 살아간다. 연결된 삶, 그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잠시만 안녕”을 외칠 수 있는 용기와 여유다.


사회생활과 학교생활, 여러 가지 모양의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때로 홀로 설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휴식하고, 생각하고, 안정을 찾는 것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다. 모든 것이 즉흥적이고 도파민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요즘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의 뇌를 잠시 쉬게 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얼마 전 유행한 캠핑 열풍 속에서 등장한 ‘불멍’, ‘물멍’이라는 수식어들을 보면 그 갈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알 수 있다. 진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으로 대표되는 이런 힐링의 순간들은 작은 소확행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일깨워준다.


잠시 멈춰 서면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바쁜 걸음으로는 찾아볼 수 없던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몽환적인 모습, 저 멀리서 울리는 강아지의 짖는 소리. 이렇게 익숙하면서도 무해한 소리들과 자연의 풍경이 그제야 눈과 귀에 들어온다.


결국 “잠시만 안녕”은 슬픔의 인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연결된 세상에서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속도의 시대에서 멈춤을 선택하는 것. 그 작은 용기가 우리에게 진짜 소중한 것들을 다시 보게 해 준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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