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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아주는 사람

경계와 성장을 아는 인간관계

by 우리의 결혼생활

우리는 참으로 묘한 존재다. 타인에게는 유난할 정도로 관심이 많으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그에 비해 소홀한 경우가 많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생기면 그의 전부를 알고 싶어 하고, 사적인 영역까지도 코멘트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좋은 일보다는 어려운 일이 찾아왔을 때 더욱 깊이 관여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마음에는 좋은 의도가 담겨 있다. 아픈 것에 공감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이 발동하는 것이기도 하고, 분명 좋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선을 지키지 못하는 혀와, 넘지 못할 강을 넘나드는 상상의 지점에 있다.


영화에서도 세상을 구하는 정의의 인물이라 해도, 그 인물 역시 누군가에게는 필연적으로 상처나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된다. 이런 필연적 발생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조절 능력 부족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상처가 되는 뿌리를 건드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려 해도, 섣불리 다가서서는 안 된다. 상대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할 때가 아니고서는, 먼저 개인의 삶에 참견하는 것은 곤란하다. 간혹 답답해 보일 수 있고, 자신의 경험치를 공개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큰 힘이 될 수도, 혹은 그 사람에게 더 깊은 시련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늘 상황은 반반이다. 좋을 때도 불행의 반은 열린 상황이며, 불안한 상황일 때도 행운의 반이 열려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가 바로 기회”라는 말처럼, 가끔 시련이 나에게만 찾아오는 것 같을 때야말로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풀이를 찾아가는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려울 때 누군가를 의지하고 쉽게 문제해결이라는 결과값을 얻어가는 것은 인생의 버스에 무임승차하려는 것과 같다. 적정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삶을 배우며 체득해야 나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위해 기꺼이 넘어지고, 놓치고, 시련을 마주할 단단한 마음을 먼저 갖게 된다면, 실패가 성공의 결과물로 다가오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합리적이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으며, 서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천천히 오래가는 관계는 건강한 관계다. 서로 지킬 선을 지키며, 또 나 스스로 온전히 지켜가는 자신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면, 내 삶의 소중함으로 인해 내 곁의 그 사람의 삶도 존중받도록 대접할 수 있다.

나에게만 시련이 다가오는 것 같을지라도, 그 곁의 사람에게서 배우고 또 깊은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와야 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깊은 터널에 빠졌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그저 손 잡아 주면 된다.


먼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그리고 함께 울어주는 일. 이런 것부터가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다. 해결사 역할도 필요하겠지만, 그 스스로 일어서도록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것이 더 오래 지속되는 건강하고 안전한 관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진정한 사랑과 관심은 상대방의 성장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서로를 존중하며 오래도록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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