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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롸이트 Nov 07. 2023

나만의 세계를 찾아서

글을 쓰며 했던 힘찬 다짐들은 돌아서며 힘을 잃는다. 


혹은 반복되는 좌절을 만날 때마다 빛도 잃는다. 


분명하게 마음먹었던 목표들도 이게 맞나 자꾸만 의문이 들며 흐려진다. 


내가 끊임없이 내리치기로 했던 첫 번째 도미노는 이모티콘 출시였는데, 이게 첫 번째로 넘길 수 있는 사이즈의 도미노가 맞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목표 설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의심이 싹트자 모든 게 흔들렸다. 


그전에 내 캐릭터부터 브랜딩 해야 하지 않을까?


브랜딩이라고 할만한 모양새를 갖추려면 정립된 세계관과 상품성 있는 캐릭터가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그걸 구현할 실력이 내게 있나?


하나의 세계를 창조할 창의력이 나에게 있었던가?


없는 것 같다.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 


그렇게 결론이 나고 보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는 상황에 처했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 일단 강의를 결제했고, 세계관을 만드는 법에 관련된 책도 사서 읽을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가려니,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암흑의 시간을 내가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몇 달 동안 수입이 없어도 괜찮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될 때까지 부딪혀보겠노라 호기롭게 선언한 이모티콘 제안은 두 번의 탈락메일을 받고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기존에 하던 돈 버는 일을 놓고 하자니 너무 불안하고, 병행하자니 속도가 더디다. 


원래 하던 일을 언제까지고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 언젠간 놓아주려고 하고 있지만 불안할 땐 어김없이 기웃거리게 되는 일이다. 




장황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전시에 다녀왔다. 


평소에 너무 좋아하던 작가의 전시라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집을 나섰다. 


타이밍이 좋았는지 전시 내내 거의혼자였다.


촬영이 가능한 전시라 원 없이 좋아하는 작품을 찍어서 남기고 관람했다. 


전시 마지막 코스즈음에 영화관 형식으로 전시된 작품들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다 보고 가야지. 


30분 넘게 이어지던 단편 영상들을 다 보고 나니 그동안 알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세계관이 펼쳐졌다. 


그걸 알고 나니 지나온 작품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세계관의 존재와 그 이해도가 작품을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온몸으로 깨달았다. 


동시에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겨났다. 


별로 자신은 없는데, 그래도 해보는 게 맞겠지..


어렵고 복잡한 마음으로 다녀온 전시는 그래도 많은 것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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