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이방인-2
퇴근길 버스에서 노부부와 맞은편에 앉았다.
백발인 그들은 청색 일회용 마스크를 쓴 채 잔뜩 웅크리고 있다.
같은 자세로 손을 포갠 채 창 밖을 지긋이 바라보는 게 영락없는 부부의 모습이다.
비록 둘 사이의 대화는 없었지만, 부부는 같은 곳에 시선을 둔 것처럼 보였다.
버스의 진행 방향과 거꾸로 앉은 그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분들의 나이가 됐을 때 버스를 타면 무슨 생각을 할까,
또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요즘 버스를 타면 무슨 생각을 하실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아내와 함께 버스를 타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방인의 눈엔 파리 시내 곳곳의 풍경이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롭다.
처음엔 한국과 다른 거리의 모습들을 먼저 찾았다면
최근엔 활기찬 아이들과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말이 많은 나는 아마도 노인이 되어도 주로 말을 하는 쪽일 것이다.
맞장구를 잘 쳐주는 아내는 아마 노인이 되어도 주로 듣는 쪽일 것이다.
노부부가 되어 다시 파리에 와 버스를 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우리가 버스를 타고 나눴던 소소한 이야기들은
남은 우리 인생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 정류장이다.
맞은편 노부부는 어느새 각자 포갠 손을 꼭 맞잡고 있었다.
따스해진 마음을 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내가 있는 집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