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는 꽤 오래전부터 브런치를 운영하고 싶었다. 22년 3월쯤부터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의 글을 알리고 싶어 브런치를 운영하고자 했다. 글을 발행하다 보면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출판사의 눈에 띌 수 있을것 같았고, 작가가 될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안일한 생각이었는데, 이유는 브런치에 꾸준히 내 소설을 올리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칼럼이나 옴니버스,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글을 쓴다 해도, 소설이라는 게 ‘연계성’ 때문인지 변수가 많았다. 동일한 기간 내 동일한 퀄리티의 글을 뽑아낼 자신이 없었다. 나는 소설 한편당 1만 자 이상을 쓰고 있는데, 해당 분량은 오래 걸릴 때 3주, 빠르면 1주일이었다. 기간이 이렇게 뒤죽박죽 해서야 공개적인 글을 쓸 수 없겠다 판단했고, 그때부터 나는 글을 쓰면서 겪은 과정을 공유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브런치를 운영하고 싶은 이유가 위처럼 바뀐 셈이다.
당사자는 스승 없이, 어떤 작문서나 작법서 없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세 편의 장편 소설과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완성했다. 배움 없이 이만큼 잘 써냈다고 과시하고 싶은 건 아니다. 주변에 글을 배울만한 센터나 시설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의사가 있었다. 또 작문서는 첫걸음부터 너무 강압적인 걸 골라버리는 바람에 인식이 안 좋아져 더 이상 손을 안 댔을 뿐이다.
고로 나는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직접 글을 배운 케이스인데,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셀 수 없이 많이 울었다. 우울감에 젖는 날도 잦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넘쳐났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을 겪고 나니 지금의 나는 무서워도 일단 부딪히고 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지망생으로 거듭났다. ‘이런 내가 공유하는 글쓰기 요령은 아무래도 일반적인 강의보다 좀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졌다.
소설을 쓰는 동안 중간중간 브런치를 운영해 볼까 생각도 했다. 일주일에 에피소드 하나 올리는 건 하루 종일 글을 쓰는 내게 어려운 과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소설을 쓰다 막히면 브런치를 운영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이상적이기까지 했다. 글을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다른 분야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이 역시 내가 브런치를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결과밖에 낳지 못했다. 소설을 쓰는 것과 브런치를 운영하는 건 완전히 다른 장르의 분야였고 당시 나는 장르를 바꿀만한 여력도, 에너지도 없었다. 몇 편 써보니 소설에도 브런치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일단 쓰고 있던 소설에 집중하자 하여 완성한 것이 세 번째 소설이었다.
초고가 완성되었다 뿐이지 당장 출판사로 달려갈 만큼의 퀄리티는 아니다. 아마도 수십, 수백 번의 퇴고를 거쳐야 겨우 완성될 것이다. 다만 쉬지 않고 달려봐야 결과가 비슷할 걸 알기에 약간의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싶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나는 생각을 전환하고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으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갖출 예정이다. 간간히 브런치로 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말이다.
블로그를 운영해 봤고 현재도 운영하고 있으며, 블로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나는 브런치 운영이 어렵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표현이 잘못됐다. 어렵긴 해도 소설만큼은 아닐 것이다. 소설은 내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글쓰기이고, 블로그는 내 경제력과 직결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숙련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주제가 가벼운 반면, 앞으로 브런치에 풀어나가고자 하는 이야기는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었다.
그러니 부탁하고 싶다. 당사자의 글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내게 맞는 나만을 위한 방식들’이다. 나에게 맞는 방식이 여러분 모두에게 맞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참고만 하되 본인들만의 방식을 찾을 줄 아는 여러분이 됐으면 좋겠다.
※ 당사자의 모든 글은 ‘소설 쓰기’를 기반으로 한다.
※ 당사자의 글은 정답이 아니다, 누구나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글에 대한 철학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약간의 강압적인 표현은 당사자의 생각이 그만큼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잘 읽는 사람도 아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마저 어이없을 정도로 별개 없는데, 지금은 그 별 것 아닌 계기로 시작한 글이 인생에 한 획을 그었다. 작가의 신분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고, 그 과정을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쓰고 있는 당사자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매 회차마다 발전하기를 바라며, 서두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
❋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