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자의 모든 글은 ‘소설 쓰기’를 기반으로 한다.
※ 당사자의 글은 정답이 아니다, 누구나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글에 대한 철학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약간의 강압적인 표현은 당사자의 생각이 그만큼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전적 의미의 도구란 ‘어떤 일을 할 때 이용하는 소규모 장치’이다. 즉, 글쓰기 도구란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장치를 일컫는데, ‘글쓰기에 무슨 도구가 필요해?’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글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도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물론 유튜브나 그림, 음악 같은 활동보다야 필요도구가 적고 초기 투자 비용 역시 적게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은 만큼 도구 하나하나가 중요하므로 글쓰기에 필요한 것들은 왠만하면 구비하고 싶은 대로 구비하라 추천하고 싶다. 도구만 잘 갖춰도 글쓰기에 대단한 동기부여가 되거든.
글쓰기 프로그램
유일하게 금전적 부담 없이 갖출 수 있는 도구이다. 글쓰기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충 [MS to do] [Workflowy] [Dynalist] [Trello] [Notion] 정도를 나열해 볼 수 있다. 사실 이건 조금만 찾아봐도 정리가 잘 된 글이 많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현재 당사자가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노션이다. 쓰자마자 첫눈에 반해 2년 동안 일탈 없이 이것만 사용하고 있는데, 노션은 장점이 정말 많은 플랫폼이다. 이미지 없는 텍스트 작업물을 용량 제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UX UI가 직관적이며, 글을 쓰는 즉시 자동으로 저장되고, 맥북 최적화도 잘 되어있다. 이밖에 모바일과 PC 간 연동이 뛰어나고 글을 공유하는 방법 역시 간편한데, 다만 윈도우 최적화는 장담할 수 없다. 자동으로 설정된 글씨체가 내 눈에는 가독성이 떨어졌다.
또 당사자는 글을 계획적으로 쓰기보다 무지성으로 써보는 편인데, 무지성으로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툴의 다양성이었다. 빈 페이지부터 달력, 계획표, 리스트, 할 일 목록, 토글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또 언제든지 이것들을 추가, 변경, 삭제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노션은 자유도에 대한 이해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할지는 온전히 여러분들의 몫에 달렸다. 당사자처럼 노션이 편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여전히 한글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프로그램을 타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도 있으니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작성해 봤으며, 자동 저장 기능과 글자수 알림 기능은 기본적으로 갖춘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글을 쓰다 보면 이 두 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세 깨닫고 만다.
작업용 노트북 또는 PC
우리나라 대표 PC 브랜드로는 삼성과 LG 그리고 애플이 있다(조립식 제외). 이 세 브랜드의 차이는 국산과 외국산이라는 점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다르다는 점인데, 맥이 삼성과 LG의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아직까진 선호도가 그리 높진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당사자는 글을 쓸 때만큼은 맥을 고집하고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오직 글을 위해 맥북을 구매했을 정도. 이유는 간단하다. 편하고, 눈의 피로도가 낮아서이다.
과거 그림을 그리면서 색감과 조명에 대해 공부한 당사자는 모니터 빛과 색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었다. 이렇다 보니 조명이 쨍한 노트북이나 PC는 차분한 조명의 맥에 비해 피로도가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의 압력이 높아졌고 머리가 지끈거렸으며 관자놀이가 쑤셨다. 당사자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면 조명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일 수 있으니, 주변 조명을 어둡게 조절해 보거나 모니터 혹은 노트북을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굳이 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처럼 예민하지 않다면 취향에 따라, 선호도에 따라 원하는 브랜드를 구매해 사용하면 된다. 사실 브랜드를 비교하고 싶어 꺼낸 주제는 아니다. 브랜드가 무엇이든 간에 사고 싶으면 글을 핑계로 한 번 구매해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사봤다가 안 맞으면 또 사면 되고 안 맞는 걸 중고로 팔면 된다. 여기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당사자가 오직 글을 위해 165만 원을 태웠을 땐 글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하루에만 8시간씩 글을 썼다.
키보드
중요한데 간과하는 분들이 꽤 있다. 하루 종일 타자를 두드리는 작가지망생에게 키보드는 손의 피로도를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물며 게임하는 사람들도 키보드를 가려가며 사용하는데, 글을 쓰고 있다면 이참에 괜찮은 키보드 하나 장만해 보는 걸 추천한다. 당사자는 글이 아니더라도 키보드에 관심이 많아서 비교적 값이 나가는 듀가드(DURGOD)를 사용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큰 마음먹고 맥북을 구매했으니 맥북으로만 글을 쓰고 싶었다. 맥북에 키보드를 연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면 왠지 ‘간지’가 나질 않았다. 지금은 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지 잘 안다. 하루에 글을 8시간씩 쓰는데 타건감도 좋지 않은 노트북 키보드를 사용했으니, 손에 피로가 쌓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 생긴 염증이 페트병 뚜껑을 딸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었고, 그때부터 오직 치료에만 매달렸다.
장장 3개월을 쉬었다. 약물 치료와 재활을 병행했다면 금방 나았겠지만 문제는 당사자에게 소염제 알레르기가 있었다. 약 없이 재활만으로 3개월이 걸렸고(지금도 세게 누르면 아프다), 그때부턴 주변의 충고대로 키보드를 연결했다.
다만 키보드는 시장도 크고 종류도 워낙 많아서 처음 구매한 제품이 내 마음에 쏙 들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요한데, 감을 전혀 못 잡겠다면 일단 ‘기계식 키보드 축’에 대해 알아보고 ‘구름 타법’을 연습해 보자. 구름처럼 가벼운 타법이라 하여 구름 타법이라 불리는데, 이것만 잘 연습해도 웬만한 기계식 키보드는 피로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작업실
사실 앞서 말한 프로그램이며 노트북, 키보드는 ‘작업실’이라는 도구를 쓰기 위한 밑작업에 불과했다. 위 세 가지는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는 반면, 작업실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로망이었다. 당사자도 그랬다. ‘나만의 작업실’ 왠지 집중도 더 잘 될 것 같았고 없던 영감도 솟을 것 같았으며, 멋까지 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사자는 있던 작업실도 없앴다.
처음에는 내게도 작업실이 있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아무도 쓰지 않는 방에 책상과 노트북, 데스크톱을 옮겨놓은 게 전부였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게 21년 9월 8일이었으니 이때쯤에는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쓸만했다. 창문을 열면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고, 겨울에는 따뜻한 난로가 있었다. 작업실을 포기하고 모든 걸 거실로 옮긴 시점이 22년 5월쯤이었을 것이다. 더워서 살 수가 없었다. 글을 쓰자고 에어컨을 하나 더 달 순 없었고, 참아보자니 나는 더위에 취약한 사람이었다. 집중도는 점점 떨어져만 갔다.
하지만 거실은 밀폐된 공간도 아니었고, 잡다한 소음도 심했으며 정신도 없었다. 작업실을 포기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지만 이래도 저래도 집중할 수 없다면 몸이라도 시원하고 싶었다. 근데 막상 옮기고 나니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집중이 더 잘 될 것 같았던 작업실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터치할 사람이 없었다. 소위 말해 딴짓과 딴생각을 자주 할 수 있었지만, 거실에선 그럴 수가 없었다. 책상을 옮긴 후로 핸드폰 만지는 시간이 줄고 오히려 글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다.
하지만 작업실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딱 잘라 말하고 싶진 않다. 창작의 영역에서 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인들은 개인용 작업실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작업실이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잘 갖춰진 작업실은 당사자에게도 여전히 로망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나처럼 주변 소음이나 움직임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작업실 없이 글 한번 써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적응까지 적어도 1~2개월은 걸린다. 이게 익숙해지면 어디에 있든 여러분들은 노트북만 있으면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것이 작가지망생으로서 내가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이다.
이밖에도 책상과 의자, 마우스 등이 글쓰기에 필요한 도구로 꼽힐 것이다. 글을 직접 집필하는 사람이라면 원고지나 필기도구에도 관심이 많을 텐데, 이런 것들은 당사자가 가진 지식이 별로 없으므로 생략했다.
글쓰기 도구라 해서 대단한 걸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는 글을 쓰는 중간중간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 아기자기한 소품을 사놓기도 하고, 생각이 필요할 땐 지압기로 손을 주무르기도 한다. 하다못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마시는 커피나 달달한 음료 역시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다만 커피를 자주 마시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하루에 두세 잔씩 꼬박꼬박 마셨더니 만성 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