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내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것들로 이루려고요!
고민이 많은 나, 곧잘 두려움을 느끼는 나 자신을 대할 때는 늘 조심스러워진다.
어쩌면 신중하고 어쩌면 겁이 많은 나에게 분명한 용기와 지속 가능한 자신감을 주는 일이 ‘낯선 공간’에 있다는 건 얼마나 신기한 일일까? 눈앞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는 거친 벽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를 대하듯이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처음 만나는 벽을 쓰다듬으며 인사한다.
“우리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라고.
안녕하세요! 한창 가슴 들뜰 시기에 만나 뵙게 되었네요. 요즘 날씨 좋죠?
안녕하세요. 날씨가 정말 많이 따뜻해졌어요. 도배를 하기에도 점점 좋은 날씨가 되어가네요.
도배하기 좋은 날씨라니 인사부터 남다르신데요. 먼저 윤슬 님의 소개로 시작해볼까요?
그럴까요? 저는 이제 만 2년 6개월의 경력이 있는 도배사 배윤슬입니다.
바로 그 ‘도배사’라는 직업 말인데요. 많은 곳에서 ‘청년도배사’라는 타이틀로 소개되고 있으시잖아요. 많은 직업 중에 도배사를 고른 이유나 계기가 있어요?
첫 직장에서 ‘내게는 조직 생활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업무 성과가 두루뭉술하게 평가되니까 조금 불만이 있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니 일을 하다 보면 수치나 실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결과물이 있고, 만족감이나 적합성처럼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게 있네요.
맞아요. 그래서 내가 일을 한 만큼, 내 능력만큼 돈을 버는 아주 정직한 일을 하고 싶었죠.
또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되기 어려우면서 그 일만의 특성을 가진 ‘기술직’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거기서 제가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열심히 찾고 고민하다가 도전하게 된 게 바로 도배였어요.
새로운 직업을 갖고 윤슬 님이 새롭게 느끼게 된 감정이 있을까요?
‘자신감’이에요. 저는 늘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성적이 잘 나와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고, 특별하게 잘하는 게 있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항상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도배는 정직한 작업이잖아요. 내가 노력하고 들인 시간만큼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물론 아직도 배워야할 게 많지만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노력과 실력만큼은 저도 확신해요.
이 확신이 저의 자신감이 된 거예요.
<유퀴즈>에서 윤슬 님이 하셨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아요. 나이에 관계 없이 저희도 늘 비슷한 고민을 해봐서 그런지 더욱 공감도 되었고요. 혹시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좋았던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음……. 아직도 촬영 날이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인상 깊었던 거라면 유재석 님이 제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배웠다’라고 해주신 부분이었어요.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인데, ‘이런 나를 통해서도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봐야겠다는 마음도 먹게 되었구요.
이런 표현이 실례일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평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희 눈에는 중요한 선택을 용기 있게 결정한 윤슬 님이 멋지게 보였거든요. 윤슬 님이 쓰신 책 <청년 도배사 이야기>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잖아요. ‘처음이 너무 어렵고 또 두렵다.’라고요.
네. 저도 걱정이나 겁이 많은 편이라 낯선 일에 첫 발을 떼기 위해 마음먹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완전히 다른 분야로 오게 되신 거잖아요. 윤슬 님은 그런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용기를 내셨는지 듣고 싶어요.
그땐 계속해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일단 시작하고 나서 생각하자’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하지만 마음을 잡고 시작하고 나서도 막상 낯선 환경에서 처음 접하는 일을 하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 때에는 거창하고 먼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아주 짧고 단순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나가며 버티곤 했어요.‘일주일만 해보자.’, ‘한 달만 해보자.’, ‘일당 오를 때까지만 해보자…….’ 하면서요.
혹시 평소에도 계획이나 목표를 세워두고 지내시는 편인가요? 전 직장을 나오시기 전에 퇴사계획서를 만드셨잖아요. 저는 그런 건 처음 봤어요. (웃음)
원래 계획이나 목표를 세워두고 일정이 거기에 맞춰서 진행되는 걸 좋아했어요.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는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도 받았죠. 퇴사계획서도 그래서 작성한 거예요. 퇴사하려는 이유와 도배로 전직을 선택한 이유, 어떻게 공부해서 얼마나 도전할지 같은 것들을 계획서로 적은 뒤 부모님께 보여드렸어요.
하지만 도배를 시작한 후로는 저도 많이 변했어요. 도배라는 작업이 엄격하게 정해진 일정에 따라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어서 일하는 장소나 시간이 늘 유동적이거든요.
명확한 기준을 찾아서 도배사의 길을 선택하신 건데, 스케줄 면에서는 굉장히 변동이 큰가봐요.
네. 갑자기 일을 쉬어야 할 때도 있고, 또 갑자기 지방에 있는 현장으로 나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마음을 비우고 변화하는 일정에 제 자신을 맞추게 됐어요.
오히려 새로운 직업이 윤슬 님에게 변화가 있는 삶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 거네요.
그런 셈이죠. 이젠 예고 없이 지방 일정이 잡히면 당황하지 않고 짐을 싸거나, 갑자기 쉬게 되면 망설임 없이 여행을 떠나거나 하게 되었어요.
그럼 만약 내일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어서 24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윤슬 님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 거예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그날 조르단이랑 인터뷰를 할 것 같아요. (웃음)
맙소사. 자유시간을 저희와 쓰시는 거예요?
그럼요. ‘아마추어 N잡러’라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날 때에는 일을 해야돼요. 아, 그래도 모처럼 휴가가 주어진다면 예쁜 카페를 찾아가 커피 한 잔하며 일을 하지 않을까요?
저희도 너무 생각지도 못한 답이라 놀랐어요. 아까 여행도 간다고 하셨잖아요. 아무래도 디테일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떠나게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다녀오신 여행지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요?
음, 작년 여름에 갔던 하동과 구례가 생각나네요. 일정이 비어서 훌쩍 다녀온 곳인데 성수기도 아니고, 제가 간날이 평일이다 보니 가보려던 곳들이 전부 문을 닫았더라고요.
어떡해. 모처럼 간 건데 속상하셨겠어요.
허무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그 상황이 웃기기도 했어요. 역시 세상은 뜻대로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랬더니 오히려 여행에 대한 집착이랄까……. “여행은 완벽해야 돼!”라는 강박을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왠지 지금까지 들은 윤슬 님 답변 중 제일 무계획적인 것 같아요. (웃음) 그럼 특별히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은 있어요? 여기저기 많이 다니는 직업이라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같은 도배사들을 많이 만났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도배사를 시작할 때부터 같이 일했던 동갑내기 친구 도배사예요. 힘들고 낯선 일터에 동갑내기가 있어서 정말 반갑고 위로가 되었거든요.
그 친구와는 초보일 때부터 서로 도움도 주고, 경쟁도 하면서 서로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죠. 지금은다른 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장 많이 떠올리는 사람이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동료예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윤슬 님이 느끼는 만족감이나 성취감 같은 게 저희한테도 와닿는 것 같아요. 혹시 지금 세워둔 목표나 꿈이 있을까요?
사실 도배사로서 거창한 꿈은 없어요. 아직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인생이 계획을 세운다고 그대로 되지도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아까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편이었다고 하셨는데 새삼 윤슬 님의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되네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웃음) 그래서 일단은 한 단계씩 천천히 목표를 잡고 이루어 나가고 싶어요. 지금은 팀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데 조만간 독립해서 직접 팀을 꾸려보고 싶네요. 그 다음 단계는……. 그 때 가서 생각해보죠! 또 다른 하나는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짓는 거예요.
그것도 도배사라는 직업을 경험하면서 갖게 된 꿈일까요?
비슷해요. 워낙 공간에 대한 애착이 있기도 했고, 매일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조금은 개성있고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윤슬 님이 지금 지내는 공간도 깔끔하거나, 엉뚱하거나……. 좀 독특한 점이 있을까요? 도배사의 집이니까 뭔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 실은 지난 해 5월에 이사를 하고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 도배를 직접 했어요. 조금 어설픈 실력으로 작업한 거라 지내다 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마저도 애정이 가더라고요.
내가 사는 집을 내 손으로 단장한 거잖아요.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리고 제 방에는 저희 할머니께서 오래 전부터 쓰시던 가구들이 많이 있어요. 제가 빈티지한 느낌을 선호하기도 하고 예전 할머니 댁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기도 해서 좋아요.
아! 애착 하니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윤슬 님의 책을 보다가 저희들에겐 좀 낯선 작업 도구들 사진이 신기해서 어떨 때 쓰는 건지 추측해보기도 했거든요.
그 도구들 중에 혹시 ‘애착 도구’가 있나요?
제게 특별한 도구라면 ‘하단 의자’예요.
이건 시중에 파는 게 아니라 도배사들이 직접 만들어서 쓰는 거거든요.
처음 들어봐요. 하단 의자는 어떤 도구인가요?
아랫부분 도배작업을 할 때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꿇고 일을 하면 몸이 많이 상하거든요. 하단 의자도 몸이 상하지 않게 의자에 바퀴를 달아놓은 거예요.
저의 하단 의자는 한 반장님에게 선물 받은 건데 제게 선물해주신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애지중지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 또 뭔가 새로운 걸 배워볼 수 있다면 뭘 배워보고 싶으세요?
취미로 목공을 배워보고 싶네요! 좀 어설퍼도 좋으니까 제가 직접 만든 가구로 제 방을 채워보고 싶어서요.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윤슬 님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나를 표현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도 좋아요.
저 자신을 정의하는 단어라면 “성장”이에요. 저는 제가 늘 성장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그래서 매일 노력하고 있구요. 그 성장이 직업적인 능력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일 수도 있겠죠? 정체되어 있고 싶지 않아서 늘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요.
윤슬 님이 생각하는 ‘나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강점이라면 ‘저 자신을 잘 안다.’는 거예요. 저는 제가 안정된다고 느끼는 순간, 행복한 순간이 어떤 때인지도 잘 알고 있고, 불안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때가 어떤 상황인지도 잘 알고 있어요.
그거야말로 윤슬 님이 바라는 ‘성장’에 정말 필요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윤슬 님은 힘이 들 때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세요?
저는 제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많이 노력해요. 지금 내 감정은 무엇이고,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그런 것들요. 그래서 가끔 알 수 없는 감정이 몰아칠 때면 짧게라도 메모해둬요. 감정이나 생각을 글로 적다보면 정리가 되기도 하거든요. 글을 쓰기 어려울 때에는 그 감정들을 말로라도 표현하려 노력해요.
도배사가 된 후 처음으로 작업했던 날은 어땠어요? 아직도 기억 나세요?
물론 생생하게 기억이 나죠.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일을 하는 거였으니까요. 공사장이라는 곳도 저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가봤어요!
그러고 보니 관련자가 아니면 보통은 들어가볼 일이 없는 곳이네요. 처음 가본 현장은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는지 듣고 싶어요.
현장에 가보니 아파트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동, 호수도 적혀있지 않더라고요. 작업할 곳을 찾아가는 것부터가 어려움이었어요. 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실제로 누가 살 집을 도배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긴장돼서 처음엔 손을 덜덜 떨면서 작업을 했을 정도였죠.
그래서 첫날에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라거나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새도 없었어요.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고, 집에 돌아가서는 쓰러져 잠들었던 기억이 또렷해요.
아, 그러면 그때 못한 질문을 다시 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만일 시간을 원하는 만큼 돌리는 버튼이 있다면 누르시겠어요? 혹시 버튼을 누르시겠다면 몇 년 전으로 돌리고 싶은지,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듣고 싶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 말에 꽤 공감하는 편이에요. 잘 모르는 상태라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오히려 잘 몰라서 더 쉽게 도전하는 면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도배를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제가 이 모든 어려움을 알고도 도배에 도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어요. (웃음)
그래서 결론은!
누르지 않겠습니다!
혹시 조르단 제품을 사용해보신 적이 있나요?
아직 써본 적은 없지만 그린클린 칫솔은 사용해보고 싶어요.
평소에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할 수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칫솔처럼 필수품이면서, 소모품인 게 제로웨이스트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더라구요!
‘Made for every smile’은 조르단의 슬로건이기도 하고 가치이기도 해요. 저희는 오늘 윤슬 님의 미소에서 아까 말씀하신 ‘자신감’을 느꼈어요. 윤슬 님의 일상 속에서 윤슬 님을 미소 짓게 하는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작업한 곳이 정말 하자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을 때 미소를 짓게 돼요. 제가 한 작업이 잘 됐다는 성취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누군가가 살게 될 집을 제가 예쁘게 완성했다는 보람이 크거든요. 입주자가 새 집에 들어와서 만족하며 살아갈 시간을 상상하면 미소가 지어지죠.
그 ‘미소’라는 건 윤슬 님에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사실은 일을 하면서 표정을 지을 일이 별로 없어요. 일을 하다보면 항상 무표정으로 작업하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소 짓는 예쁜 얼굴로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 미소는 ‘연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늘 미소 짓는 얼굴이어서 보는 사람도, 그리고 저 자신도 행복할 수 있도록요!
[Jordan Smile Talk Project]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일상의 ‘미소‘, ‘웃음’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프로젝트입니다. 작은 미소들이 모여 큰 웃음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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