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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ug 05. 2024

시가 별거 아닌가?

나빠, 여름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출근하는 것이 냉난방비 절감에 일조를 한다.

하루종일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 일하다 보면 탱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온도를 자꾸 높인다.

전월에 전기료가 10만 원이 훌쩍 넘는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에어컨을 쉽게 틀지 못한다.

낮시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남편은 당연히 에어컨을 안 틀고 있다 내가 퇴근해 가면 조금 틀곤 한다.

전에 비하여 더 폭염이 이어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 영향이라고 하니 별 할 말도 없다

나도 지구 온난화에 일조를 하고 있으니까.


매미는 더욱 우렁차게 소리 지른다.  달궈진 여름에 신바람이 났다.

여러 신호를 보내는 소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컷이 암컷을 찾는 신호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긴 세월을 어두운 땅속에서 지내다 겨우 10여 일을 하늘을 보고 살다가 가는 매미에게 시끄럽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둔다. 방충망에 붙어 방안을 감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도움을 청하는 같기도 한다.

모든 세상 일에 음과 양이 있으니 감수해야겠다 생각한다

   

손녀딸이

방충망에 붙어 시끄럽게 우는 매미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더니

"할머니, 시끄러워도 참아야 해"

'친구를 찾고 있는데 우리가 뭐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한다.

항상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라고 하더니 제법 커지니 할머니를 가르친다.



초 1학년 짜리 손녀딸이 우리집에 왔다.

방학이지만 평일에는 오기 힘들어 매주 화요일 저녁에 우리집에 오기로 정해뒀다.

매일 아침 할아버지가 가서 학원도 보내고 케어를 하고 있지만

밥 한끼를 먹이려고 저녁에 오라고 했다.


그리고 매주 책을 읽어 독후감을 써오도록 했다.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것 같지만

독후감 하나에 만원씩 주겠다고 했더니 천원씩만 주라고 한다.

만원을 주면 엄마가 뺏어가니 오히려 천원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천원씩 주고 스티커 붙여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성숙하다


그러더니

책상에 앉아 뭔가를 쓰더니 가져온다

쪽지에 써서 보여준 메모를 보니 '시' 같다.

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난

쪽지를 읽다 보니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이 생각났다.

김용택 시인께서 초등학교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 시를 지으라고 하면서

항상 있는 일 그대로 적으면 시가 된다고 하셨다.

손녀 쪽지를 보면서 이렇게 쓰면 시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나빠. 여름

왜? 넌 우리를 덥게 만드니?

왜 전깃값을 만드니(에어컨 때문에 전기요금 나오게 만드니?라는 뜻같다)

우리 엄마, 아빠는 더워 죽을 거 같다

너 아주 나빠

겨울이 되면 넌 없어질 거야

너 아주 나빠



더워도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고 에어컨을 못트는 엄마,아빠가 생각난것 같다.

그래, 나쁜 여름도 추운 겨울이 되면 또 그리워질거다


#여름 #더위 #매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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