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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 Jan 20. 2023

관계에 대한 얕은 생각


시간이 흘러 내가 나이가 들어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꾸린다면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20대 초반을 지나 중반에 들어서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피부로 느껴지는 이 생각을 어쩌다 구체적으로 해보게 되었다. 미래가 반드시 온다는 보장도 없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준비를 하는 것이 다가올 수 있는 내일을 더 누리게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이 사실을 20살에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상당히 망연자실했다. 관계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고 있던 상황 속에서 나를 괴롭게 했던 여러 고민 중 하나였고, 영원한 관계는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내게 슬픔을 안겨주었다. 다가오지 않을 수 있는 내일 보다 오늘 하루에 더 충실하자는 결론을 내리며 이제는 관계에 대해서 걱정하기 보다 오늘 내가 더 마음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떠한 방식이든 감사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생활까지 돌아보면 학업 이외에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관계다. 남과의 관계, 그리고 나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내린다. 지금까지 내가 작성한 글들의 상당수가 관계에 대한 것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선택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주어지는 관계에 대해서 반응하는 것 또한 다르지만 나는 사소한 관계라도 집중하는 편이라 자연스레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일을 통해 정리가 되어가는 나의 생각들이 큰 희열을 안겨줬던 경험이 지금은 글을 취미로 생각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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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직장은 일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전에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도 학교생활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만났지만 지금 돌아보면 친구 관계가 학교생활의 중심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모님의 삶을 보더라도 고등학교 동창들 보다 직장동료들을 더 자주 만나는데 학창 시절 친구들은 훗날 추억 회상할 때 떠올리는데 그치는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관계를 대하는 나의 마음에 있다. 오고 가는 관계에 미련이 없으면 없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던 나는 학교생활의 관계에 대해서 매 순간 진심이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같이 일어나고 다시 같이 잠드는 친구들과 관계에 공을 많이 들였다. 내가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싸웠으며 이런 과정들을 다 포함해서 내가 관계를 이어가는데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 자체가 차별점이 되어주었다. 관계에 그만큼 진심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는 것 아닐까.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창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동기들과 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관계가 좋아야 학점을 잘 받는 것도, 대외활동이나 인턴활동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학창 시절의 관성 때문인지 동기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고,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직장에서 근무하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에서의 관계는 확연히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이유를 물어보면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지만 주된 답변은 돈을 번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서로의 삶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관계가 직장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자신이 할 일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상사와의 관계, 거래처와의 관계 등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올바르게 형성할 때 본인의 회사와 본인의 직급에 유익이 된다. 


학창 시절의 관계는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유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좋은 기억, 좋은 시간 등을 제공해 줄 수 있어도 직장에서의 좋은 관계가 가져다주는 물질적인 유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두 관계의 장단점을 이러한 식으로 나눌 수 있는지는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해 봐야 알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다른 환경에서 맺어지는 관계의 장점을 다 포함하는 그 관계가 제일 좋은 것 아닐까?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가 훗날에도 서로 유익이 되어주는 그런 관계 말이다. 같이 동업을 하는 것, 같은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며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주고, 귀감이 되어주는 것이 정말 좋은 관계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 고민은 평생을 삶의 많은 방면에서 힘이 되어주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동역자와 같은 친구를 두고 싶은 것에서 시작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 가정환경, 성격을 따지기 전에 사람과 사람으로 잘 맞는 그런 관계가 정말 귀하고 드문 것 같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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