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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Nov 10. 2023

인간실수 -2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독자분들께서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학창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않았습니다. 못했다는 피동적인 동사를 사용해가며 죄를 덜고 싶지는 않습니다.


때는 중학교 이 학년. 기술과 가정 시간이었습니다. 일 학기 기말고사 직후이자 동시에 방학식 전이었기에 담당 선생님께서는 굳이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셨고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으니 원하는 이야기를 골라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은 재밌는 얘기요, 무서운 얘기요. 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 사이 제가 뱉은 한 마디는 교실의 대기를 얼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더러운 얘기요. 라고 말했습니다.

변명하자면 들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인간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기에 서른 명이 넘는 학생들의 외침 사이 굳이 공백을 만들어 제 목소리를 꾸역꾸역 끼워 넣었고 그것은 선생님의 고막을 때리고야 말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대노(大怒)하시며 이렇게 경고하셨습니다. 너는 인생을 살면서 네 입 때문에 크게 피해볼 일이 생길거야. 라고 말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삼십사 년을 살아오며 선생님께서 경고하셨던 그런 일들이 더러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랑핸드였습니다. 향수를 만드는 중소 브랜드는 종로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하던 중 그곳을 찾았고 각자 한 병씩 구매해 서로에게 선물했습니다. 향이 얼마나 좋은지 종종 묻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랑핸드라는 네 음절을 기억하지 못해 항상 그랑그랑? 그랑블랑? 심지어는 음절의 수까지 틀려가며 그블랑? 이라고 되묻고는 합니다.


성수에는 외갓집이라는 고깃집이 있습니다. 과거 푸줏간 분위기의 그 식당은 지금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는 합니다. 성수를 거닐다 밥때가 되었고 식사를 어디서 할지 고민하던 찰나 저는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모집으로 가자고.


미리 변명을 해 두 자면 저는 떡볶이를 싫어합니다. 라볶이를 가끔 먹기는 하는데 떡은 고대로 두고 어묵과 면만 집어먹는 얌체짓을 합니다. 그래서 몰랐습니다.


매일 여섯 시 삼십 분.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은 버스에서 내려 후미진 골목을 약 십 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여자 친구는 종종 제가 버스에서 내리는 정류장으로 마중을 나오고는 했습니다. 골목에는 응급실 떡볶이라는 분식집이 하나 있는데 떡볶이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는 그 골목에 위치한 응급실 떡볶이를 보고 이런 골목에도 분식집이 있다며 감탄을 하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 마침 응급실 떡볶이를 막 지나 쳤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울렸습니다. 여자 친구였습니다. 여자 친구는 제게 어디쯤 오느냐고 물었고 저는 응급실 떡볶이를 막 지나쳤다고 답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 나 이제 막 정신병 떡볶이 지났어.”


* 제 정신머리를 비하하되 특정 브랜드를 비하하고자 함은 아님을 밝힙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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