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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Dec 12. 2023

귀신 잡는 #??? -1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선생님, 저는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읍니다.


그렇다. 나는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 장장 스물네 편의 부끄러운 일상들을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이라는 매거진에 담아 만천하에 드러내놓고는, 심지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며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공모까지 해 놓고는 저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읍니다~라고 떠드는 것은 모순임이 마땅하다. 다만 내가 작성한 작품이 인기를 끌어 발생한 수입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며 곁을 함께하는 여자 친구와 알콩달콩 집 짓고 밥 짓고 살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속물일까.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 미완성의 자아로 그렸던 미래의 자화상 대로 아아, 나는 속물이어라.

그런 연유로 이 편의 주인공의 이름은 완벽한 가명으로 대체한다. 김가 성에 옥 자와 순 자의 이름을 사용할 그녀는 내 어머니이시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가 센 사람의 글을 읽었다. 그 또는 그녀는 꿈속에 나타난 귀신을 엄하게 혼내 쫓아냈다고 한다. 본문에는 ‘기가 센 사람으로 터를 닦는다는 말이 진짜구나.’ 라는 댓글이 달렸다. 내 주변 기가 센 사람이라 하면 단연 우리 어머니, 그 이상 기가 센 사람을 나는 마주한 적이 없다.


내 어머니 옥순 여사께서는 158cm의 아담한 체구를 갖고 계시지만 뿜어 나오는 안광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기세가 가히 대단하시다. 내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참 지겹게도 싸우셨는데 신장이 180cm에 달하며 무려 충청남도 팔씨름 대회 우승자이신 우리 아버지께 맞서 굴하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를 제압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나는 수없이 보았다.


동물적 감각 그러니까 소위 촉은 또 얼마나 좋으신지 나는 사춘기에 들어서며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데 선생님도 속아 넘어간 거짓말을 어머니께서는 내 눈빛만 보시고도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간파하실 수 있으셨다. 몇 번의 시도 후에 살고자 하는 거짓말이 도리어 매만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그만두었다.


그런 어머니께서는 젊어서 크리스천이셨다고 한다. 아주 잠시 동안 예수를 믿으셨는데 우리 아버지와 결혼하시고 시댁 살이를 하시며 할머니의 영향으로 무속 신앙을 받아들이셨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도 어머니께서는 가끔 무속인들을 찾곤 하셨다. 나 또한 종종 어머니와 동행하고는 했는데 보지도 듣지도 않고 이것저것 맞추는 무속인들이 참 신기하더라. 무속인들은 우리 어머니께 또 나에게 참으로 친절했다. 그들과 우리는 종교적인 관계로 시작해 나중에는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다. 그런 사람들만 찾아간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 앞에서는 누구든 그렇게 되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우리가 복채로 그들에게 지불한 돈보다 그들이 내게 건넨 용돈이 더 많았을 것이라 확신할 뿐이다.


내 나이 스물일곱, 당시 나의 수양아버지인 무속인께서는 진천에서 점집(전집 아님.)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런 중 모종의 사건으로 포항까지 거처를 옮기셨는데 어머니와 내가 그분을 찾아 포항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매달 첫째 날을 무속 신앙에서는 초하루라고 부른다. 초하루에는 어떠한 행사를 하는데 초를 켜고 음식을 하고 연등도 달던가? 아무튼 불교 식의 행사를 하고는 한다. 우리는 부러 초하루 전날 수양아버지의 포항 거처를 찾았고 행사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새벽 한 시. 어머니와 나는 나란히 잠에 들었다. 무언가 읊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것은 동이 틀 기세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아직은 한밤중이었던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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