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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Dec 15. 2023

귀신 잡는 #??? -2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아아, 정말 그러면 안 되었지만 나는 어머니와 동행할 때 내 어머니를 부끄러워했던 적이 간혹 있다. 어머니의 지인을 만났을 때가 그러한데 내 어머니는 목청이 어찌나 좋으신지 지인을 부르는 소리에 근방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주목된다. 그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또 길 한복판 혹은 미용실 같은 곳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여간 부끄러웠기에 어머니께 간곡히 부탁해 보았지만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 조절을 해도 안되는 걸 어떡하니?”


한밤중 어머니께서 읊조리는 소리는 이내 호통으로 변했다. 타고난 목청은 잠결에도 여전했다. 그렇게 한 몇 분간 타이르기도 하시고 혼내기도 하시다가 멈추셨고 그 후에야 나는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날이 밝고 우리는 손님을 맞았다. 수양아버지께서는 신당 앞에 앉아 점사를 보셨고 나와 내 어머니는 손님들에게 전날 준비한 음식과 차를 날랐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행사는 끝났고 우리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수양아버지와 나, 어머니가 마주 앉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남은 다과와 차를 마시고 있던 중에 어머니께서 간밤에 꿈을 꾸셨다고 말문을 여셨다. 내용은 이러했다.


배경은 어머니께서 소싯적에 살던 초가집이었다고 한다. 그 초가집 뒤로는 돌담이 있었는데 돌담 너머로는 온통 산 뿐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돌담 너머 산에 서 계셨다. 당장 아래로 당신의 집이 내려다보이는데 동네는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다. 그것이 참 기이해 집으로 가보려던 찰나 산 쪽에서 누군가 불러 돌아보니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녀는 하얗게 바랜 머리칼을 곱게 빗었고 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다. 할머니의 가까이 오라는 손짓에 어머니는 겁도 없이 다가가셨는데 무언가를 건네시길래 보니 그것은 무속인들이 쓰는 방울이었다고 한다. 본능적으로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어머니께서는 거절하셨다.


예를 가장 중시하시는 어머니셨다. 내가 자라오면서도 가장 크게 혼났을 때가 예에 어긋난 짓을 했을 때였다. 어머니는 꿈속에서도 할머니께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셨기에 좋게 좋게 타이르자고 마음먹었으나 아이, 할머니께서 계속 권하시니 기어이 어머니는 폭발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할머니 손에 든 방울을 잡아채서 나무를 향해 던지시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부수려는 목적으로 방울을 던졌는데 이게 어떻게 설계가 된 것인지 흠집도 나지 않았길래 그것을 나무 밑동 아래 땅에 묻어 할머니께서 다시 꺼내지 못하게 발로 땅을 다졌다. 그런 와중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어머니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셨다. 악다구니를 쓰는 어머니가 무서웠는지 할머니께서는 어느새 자리를 떠나고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수양아버지께서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시다가 잘 하셨어요.라고 답하셨다. 만약 꿈속에서 어머니가 방울을 받았더라면 신내림을 받아야 했을 것이라 해몽하시고 인간 된 몸으로 신에게 야단을 치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대단하시다고 거듭 어머니를 칭찬하셨다. 나는 두 분 옆에서 아무 생각 없이 과자를 집어먹고 있었다. 수양아버지께서는 그런 나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엄마 속일 생각도 이겨 먹을 생각도 절대 말아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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