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mory Apr 20. 2024

연필과 펜의 전성시대

디지털 시대의 손글씨 1


1. 연필과 펜의 전성시대


오래전에...

그랬던 시절이 있다.


네모난 칼로 연필을 깎고 원고지 네모칸에 공들여 글씨를 쓰던

철자법도 띄어쓰기도 어렵다고 느끼면서 자꾸만 틀리던

틀린 글씨를 고무지우개로 지우고 그 위에 새로 글씨를 쓰던

고무로 글씨를 지워서 생긴 고무똥을 입술을 모아 후~ 불던 시절.


드디어 지워지지 않고 지울 수도 없는 잉크로 글을 쓰기 시작한

잉크병에 날카로운 펜 끝을 담갔다 빼어 들고 글씨를 쓰던

책이나 공책 위에 검게 번지는 잉크로 난감했던

돈 모아 산 만년필로 하얀 종이에 정성껏 일기와 편지를 쓰던 시절.


짧았던 펜의 시대를 지나 각진 모나미 볼펜을 사용하기 시작한

연필이나 볼펜을 끊임없이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던

정신 사납다고 꾸중하던 선생님에게 볼펜을 빼앗기던

그래도 깊은 습관이 되어 볼펜만 잡으면 자동적으로 돌리던 시절.


그랬던 시절이 지나갔다.







오래전에...

이랬던 시절도 있다.


예쁜 공책으로 만들어진 일기장을 마련하여 꽤 자주 일기를 쓰던

한참 동안 일기 쓰기를 빼먹으면 일기장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던

방황하는 자아의 성장과 변화에 놀라면서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했던

학교 공부에 대한 무수한 고민과 계획과 후회가 아롱지던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으로 고달파진 마음을 애써 어루만지던

신에 대한 의심과 성찰, 우정에 대한 다짐과 좌절로 뒤척이던

수많은 감정과 생각과 계획과 결과를 정성껏 기록하고자 했던

어느덧 일기장을 가장 중요한 '친구'로 여기게 되었던 시절.


친구에게, 또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공들여 손 편지를 쓰던

편지를 쓰다가 글씨가 틀리면 다시 처음부터 써야 했던

편지지에 키스를 하고 종이봉투에 마음을 함께 담아 보내던

친구나 여학생이 보낸 편지를 일기장에 소중하게 간직하던 시절.


그러했던 시절도 지나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