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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ory Jun 22. 2024

'마스크 착용 금지' 모색하는 뉴욕시

복면과 마스크는 과연 위험해 보이는가

1.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들은 머리까지 모자를  뒤집어쓸 수 있는 후디를 즐겨 입지만,) 일본인들은 ‘후디’를 입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도 후디를 입은 일본인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집에서 잠옷을 입고 있다가도 모자가 달린 후디나 롱패딩을 입고 가까운 편의점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때로는 마스크까지 착용해서 머리와 얼굴을 최대한 가리는 사람도 많다. 한국 방문 기간에 서울과 부산에 머무는 동안 나는 그런 사람을 자주 보았다. 편의점이 1층에 있는 주상복합 빌딩이 많기 때문에 그런 광경은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아무리 편의점이 가까워도 그런 복장으로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타인의 시선을 매우 의식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일본인들은 외출 시 늘 옷을 단정하게 갖춰 입는다. (나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우리 동네에 사는 일본인들을 볼 때 그렇다고 인정한다. 그들은 집 앞마당에 나올 때도 중국인이나 한국인에 비해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나오는 편이다.)


그들은 특히 후디를 입고 모자로 머리까지 덮어쓰고 다니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것은 일본에서 후디를 쓰고 강도살인을 저지른 대형 사건이 벌어진 후 일본인들에게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후디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는 사람의 모습은 일본인들에게 잔인한 범죄자를 연상시키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후디를 입고 다니면 혹시라도 자신이 범죄자와 같은 인상을 풍기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이렇게 들은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나의 관심사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 주는 '공포'이다.)



2.


작년에도 또 코로나19가 발생하기 바로 전 여름에도 나는 서울을 방문했었다.

그때 나는 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마스크나 복면을 과하게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공원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모자와 복면과 천으로 얼굴과 목, 심지어 팔과 손까지 모두 가리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햇빛과 거친 바람을 피하고자 함이겠지만 피부가 전혀 누출되지 않도록 머리와 얼굴과 목과 팔과 손을 온통 가린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매우 놀랐고 기이하게 느꼈다.


미국에서는 그런 복장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빠르게 자전거를 타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지만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스크를 쓰지 않지만 눈 보호를 위해 색안경을 주로 쓴다. 미국인들에게 마스크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매우 기피되는 일이다.


미국에서 마스크나 복면을 기피하는 것 또한 ‘범죄’ 또는 ‘폭력’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뉴스를 통해 잘 알려졌지만, 미국에서는 이따금 치안공백이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점 약탈이 발생하기도 한다. 떼거리로 상점 문이나 창문을 부수고 몰려 들어가서 물건을 들고 나오는 황당한 약탈행위 말이다.


그럴 때 얼굴을 환히 드러내고 약탈함으로써 경찰 카메라에 또렷하게 잡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자를 쓰고 복면을 한 사람들도 자주 본다. 이런 약탈과 강도 등을 자주 목격한 미국인들에게 복면은 약탈이나 강도 행위와 거의 동일한 이미지로 오버랩되며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한국에서 자주 보았던 자동차 창문의 짙은 틴트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운전자석 양옆 창문까지 틴트를 해서 운전자의 얼굴을 보기 힘들 때가 많다. 창문을 열지 않는 한 운전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운전자석 창문을 틴트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현재는 공장에서 출고될 때부터 뒷좌석 창문들만 옅게 틴트 되어 판매될 때가 많지만.) 일부 주에서는 운전자석의 창문에 틴트를 하는 것이 아예 ‘불법’이다. 그래서, 운전자석 창문에 틴트가 30%까지 허용되는 주에서 틴트를 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틴트를 아예 불법화한 주로 가면 경찰에게 잡혀서 벌금을 물게 될 때가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짙게 틴트 된 자동차는 자칫 위협적인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운전자석 창문을 어둡게 틴트 하면 외뷰에서 운전자가 누구인지 보기 어려워서 경찰뿐 아니라 행인도 불안감을 느낀다. 툭하면 총기사고가 발생하는 미국에서 자동차 운전자가 타인에게 얼굴을 가리는 행위는 분명히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이다.



3.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5년째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코로나19의 비극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뉴욕시에서는 최근 코비드 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급속하게 늘었다. 이로 인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뉴요커들이 여전히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해도 봄철 꽃가루도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도록 하는 요인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고열, 두통, 기침 등 비슷한 증상을 보일 때가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것은 공공안전을 위한 관심에서 비롯된 문화이다. 얼굴을 자연스럽게 모두 드러내고 다니지 않는 행위는 미국인들에게 범죄자를 연상시킬 수 있다.


병원이나 공장이나 건설현장이나 주방에서 헬맷이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런 곳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차려입지 않으면 이상하게 본다. 그것은 안전과 위생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 이미 그렇게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4.


뉴욕주는 최근 들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금지는 미국에서 꽤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뉴욕주는 184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법적으로 금지했었다. 당시 허드슨 밸리 지역에서 소작농들이 인디언 원주민으로 변장하고 농장주들을 습격한 후에 나온 조치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하면서 뉴욕주는 2020년 5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금지법을 해제했다. 그때부터 뉴욕 주민들은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마스크를 쓰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팬데믹 초기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특히 경찰이나 안전요원들은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 매우 민감해졌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자신의 정체를 자연스럽게 가리도록 하는 것은 자칫하면 폭력과 증오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미국인들은 불안해한다. 거리에서, 특히 외진 곳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과 마주치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캐티 호출 뉴욕주 주지사와 일부 정치인들은 특히 뉴욕시에서 먼저 부분적으로라도 마스크 금지법을 발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호출 주지사는 특히 뉴욕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하고 다니면 '증오' 범죄를 부추기거나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믿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찾고 있다.



5.


작년 10월 7일 시작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은 특별히 마스크  금지법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과격하고 전면적인 가자 지구 공격과 점령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반유태인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봄 미국 대학가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지면서 이들과 친이스라엘 미국인들 사이에 갈등이 대폭 증가했다. 대학 캠퍼스에 텐트촌을 세우고 시위를 벌였던 많은 학생들은 복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는데, 이는 마스크 금지법을 다시 유효화하려는 정치인들과 유태인들을 자극했다.


나는 약자가 강력한 권력을 상대로 자신의 신분을 가리기 위해 복면이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이해한다. 강자 앞에서 자신을 그대로 노출할 때 닥칠 위험은 부당하지만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노출을 가리는 것은 법을 떠나서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여간 뉴욕주 의회의 올해 회기는 지난 6월 8일 종료되었다. 뉴욕주 의회는 내년 1월이나 되어야 다시 열릴 예정이라 호출 주지사가 마스크 금지법을 조만간 발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만약 마스크를 쓴 사람들에 의해 증오범죄와 협박과 폭력이 증가하면 뉴욕시가 서둘러 마스크 금지법을 마련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종교적 이유나 건강 문제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고 존중되어야 한다. 게다가 만약 코로나바이러스나 독감 환자들이 더욱 늘어나거나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다시 권장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뉴욕주 의회가 휴회 중이라 마스크 금지법이 당장 발동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미국에 살거나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자신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가리는 행위는 미국인들에게 절대 환영받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사진 출처: pixabay.com)



[뉴욕타임스를 구독하고 있는 나는 거의 매일 기사들의 제목이라도 훑어보려고 한다. 이 모범적인 신문의 기사들을 읽다가 글쓰기에 관한 자료나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 한국인들에게 미국사회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나는 이렇게 얻은 영감을 브런치스토리에서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매거진 제목을 ‘뉴욕타임스에서 얻은 영감’이라고 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제멋대로 번역하거나 요약해서 쓸 계획은 없다. 뉴욕타임스를 읽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나는 오랫동안 미국에 살면서 얻은 나 자신의 경험과 결합하여 내 글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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