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내가 머무르고 싶은 자리
가끔은 먼 곳을 바라보듯, 10년 뒤의 나를 그려본다. 거창한 성공의 모습은 아니다. 누구에게 자랑할 수 있는 화려한 이력도 아니다. 그저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어온 삶의 결, 내가 되고 싶었던 형태 그대로의 나.
그곳은 바람이 잘 드는 곳이다. 도시의 소음에서 조금은 비켜선 언덕 혹은 바닷가의 한 어귀도 좋다. 내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이 있고, 책방과 이어지는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문을 열면 커피 향이 천천히 번지고, 나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불필요한 말이 없다. 마음이 닿는 사람끼리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10년 후의 나는, 나의 인생에 시절인연으로 스며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 오랜 세월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결이 있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정성껏 차를 내리고, 저녁이 되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삶. 서로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단지 곁에 머물러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관계들. 함박 웃음 지으며 즐길 수 있는 여유들.
그곳의 책방은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쉼표처럼 놓아두는 안식처가 되면 한다. 세상에 지친 이들이 가볍게 들어와 한 장을 펼치고, 자신을 조금 정리하고 나가는 곳. “괜찮아,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돼.” 그 말이 공기처럼 맴도는 공간.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의 끝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작은 항구 같은 곳이기를. 떠나는 사람에게는 응원의 마음을, 머무는 사람에게는 위로의 시간을 건네주기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이면, 삶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10년 후의 나는 알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얽매이지 않는다. 누구의 기준에도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는다. 내 시간, 내 속도, 내 호흡으로 살아간다. 오늘은 책을 읽고, 내일은 바다를 바라보고, 모레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삶이 될 것이다.
10년 후의 나는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더 부드럽고, 더 자유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해주는 책들과, 나를 지켜주는 믿음과 함께 산다.
생각해보면, 그 미래는 멀지 않다. 이미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고, 매일 조금씩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으니까.
혹시 누군가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조용하지만 포근한 자리에서, 책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말 없이 함께 동행 할 것이고
10년 후, 우리는 그곳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