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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단단 Jun 05. 2023

반짝반짝 빛나는

올리비아 비 Olivia Bee


사랑했던 날들을 지나

사랑한다 말한다.

김선재, [목성에서의 하루시인의 말문학과 지성사, 2018


사랑은 여름방학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날짜를 세어가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즐기고, 언젠간 끝나지만 계절처럼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을 테지만 지나고 나면 결국 좋았던 일들만 떠오르는 것 역시, 비슷하다.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재채기가 날 때까지 물끄러미 쳐다보았던 기억처럼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순간들이 분명, 우리에겐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느 날 불현듯 이유 모를 한숨과 함께 떠오른다. 마치 사진처럼 선명한 장면으로.



<Closer, 2010>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올리비아 비(Olivia Bee). 그녀의 사진은 이런 강렬한 기억 속 장면들을 닮아있다. 94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올릴 수 있었던 건, 아마 동시대 청춘들이 열광하는 모든 요소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 스며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사랑과 자유를 만끽하는 또래들의 흔한 일상 속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한다. 치밀한 연출이나 과잉된 효과 없이 솔직한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낸다. 때문에 담백하면서도 친숙하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기분 좋은 꿈 속에 있는 것만 같다.




Bitchcraft (Anna), 2012


Baller, 2011


Kloud, 2011




사진이 취미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올리비아는 열한 살 무렵부터 카메라를 다루기 시작했다. 사진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도구로서, 가장 처음 경험한 방식이자 가르침이었다. 그렇게 재미로 찍어 온 사진을 플리커(Flickr)라는 사진 공유 서비스에 업로드한 것이 여러 사람의 이목을 끌었고, 15세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컨버스(Converse)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이후 아디다스(Adidas), 나이키(Nike), 에르메스(Hermes) 등 유명 브랜드와 함께 꾸준한 협업을 지속하며 성공한 상업사진가로 이름을 날렸다. 




Dior Haute Couture, 2015


Artwork for Birdy’s “Beautiful Lies”, 2016


Untitled (Fifteen Forever), 2010




‘자신의 작품을 숨겨두는 것을 옳지 않으며, 일단 어느 곳에라도 공개한 뒤 그 작품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파악되는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올리비아는 예술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와 같이 조언한다. 그녀는 수많은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을 빛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 것이다. 작업의 주제와 대상을 정하는 법 역시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찍다 보면 바로 그곳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라 그녀는 믿는다. 이처럼 그녀의 모든 촬영은 구속 없는 ‘자유로움’에 기반한다.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이유 역시 개인 작업을 할 때 금전적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고백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는 것이다.





Pre-Kiss, 2010


Paul (Watermelon), 2011


Press photo for Katy Perry, 2017 (모든 사진 출처: oliviabee.com)




꿈결 같고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딘가 퇴폐적인, 올리비아의 사진은 청춘을 수식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떠올리게끔 한다. 연약하면서도 순수한, 아련하고 덧없는 젊음의 일시성이라는 특징에 작가 고유의 내러티브를 얹어 관객의 경험과 맞닿는 지점을 짚어낸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필연적으로 청춘을 겪은 모든 이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 성별, 인종, 지역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감하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올리비아 비. 그녀의 작품은 대상과 관계없이 발휘되는 사랑의 위대한 힘에 대해 다시금 깨닫도록 만든다. 우리 모두가 느꼈고,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느낄 그 찬란한 힘을 말이다.




필자: 주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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