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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Apr 23. 2024

You are F**king Crazy

쟁점: F**king이 언제나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지?


언어는 맥락을 벗어나서는 제대로 이해될 수 없습니다. 같은 단어라고 하더라도 어떤 문장성분으로 쓰이느냐, 같은 문장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문맥에 따라 쓰이느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례는 제가 수업을 하면서 모욕죄와 관련해서 학생들 잠을 깨우기 위해 항상 인용하는 판례입니다. 학생들은 아주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와 관련된 사건에서는 항상 집중력이 좋아집니다. 이 사건은 그중에서도 백미인 사건이라 할 수 있겠네요.


 



사실관계


청구인(피의자이자 피고인이었던 사람입니다)과 고소인(피해자)은 고양시 A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입니다. 고소인은 2016. 5. 29. 오후 A 아파트 1층 뒤 화단에서 현관 쪽으로 이동하는 청구인을 따라오면서 20살이나 연상인 청구인을 향해 반말을 계속 사용하며 시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청구인을 따라오면서 시비를 하던 고소인이 멀리 아파트 경비원이 보이자 돌연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혼잣말로 "You are f**king crazy."라고 말하였고, 고소인은 청구인을 모욕죄로 고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전원재판부 2017헌마1 결정)


 “you are f**king crazy”에서 “f**king”은 “crazy”를 강조하는 수식어로 ‘대단히’, ‘지독히’, ‘매우’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crazy”는 ‘미친’, ‘정상이 아닌’, ‘말도 안 되는’, ‘열광하는’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위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 경멸적 표현인지 여부는 위와 같은 사전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위와 같은 표현을 하게 된 경위 및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f**king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경멸적인 욕설로 쓰입니다. 하지만 위 문장에서는 crazy를 강조하는 수식어로 쓰인 맥락을 고려하여 모욕죄가 아니라고 헌법재판소는 결정하였습니다. 물론 이때 고소인이 청구인에게 평소 했던 언행도 평가의 지표로 고려되었습니다. 고소인은 20살이나 많은 청구인에게 "웃지 말라고, 인마! 상관없어. 니가 어른이냐? 어른대접받고 싶어? 어른대접받고 싶으면 새끼야, 어른같이 해." 등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소인이 20살이나 많은 청구인에게 이런 말을 했으면서도 f**king 단어 하나로 모욕죄라며 고소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는 것도 고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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