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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May 21. 2024

재산의 소극적 증가와 부당이득


쟁점: 부당이득에서 이익은 재산의 적극적 증가만 뜻하는지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부당이득의 요건과 효과를 규정했습니다. ①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말은 채권과 채무를 발생시키는 원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물건을 사면 그에 대한 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도 없이 돈을 지급하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②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한 것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는(예를 들어 자신의 자산 가치가 이유 없이 상승하는 경우) 것은 법률상 부당이득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③ 이 사건에서는 이익 요건이 문제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본인의 계좌로 100만 원을 입금하여 계좌 잔액이 100만 원 늘어났다면 이익으로 보는 것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어차피 빚이 더 많은 사람이어서 100만 원이 입금되자마자 빠져나갔다면 이것까지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X는 보이스피싱범으로 원고에게 원고의 자녀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원고는 문자메시지에 온 링크를 터치하였고, 원고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이 설치되었습니다. X는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원고 명의 계좌에서 피고의 지갑 계좌로 돈 100만 원을 입금하였습니다. 피고의 계좌는 신용카드 회사와 연동되어 있어서 피고 지갑 계좌로 돈이 입금되자마자 피고가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밀린 신용카드 대금으로 변제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1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과 항소심은 피고의 지배상태에 들어가기 전에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피고에게 이익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308911 판결)


피고는 자신의 신용카드대금 채무이행과 관련하여 D 명의의 가상계좌(원심은 이를 피고의 계좌라고 표현하였으나 이는 피고의 신용카드대금 납부 목적으로 생성된 D의 계좌이다)로 송금된 원고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원고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때 피고가 얻은 이익은 위 돈 자체가 아니라 위 돈이 D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되어 자신의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하였는지는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의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


: 재산이 적극적으로 증가한 것은 이익을 보는 것에 아무런 이견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더하여 재산의 소극적 증가, 다시 말해 빚이 줄어든 것도 결국은 갚아야 할 돈의 총량이 줄어든 것이니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당이득은 착오송금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받는 사람의 재정 상황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부당이득의 성부가 달라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돈 있는 사람에게 입금'하면 부당이득이 되고, '돈 없는 사람에게 입금'하면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논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판결 이유에는 없지만 대법원은 그런 측면까지 고려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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