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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Mar 18. 2022

내가 잘하는 것들에 대해

그 중 하나, '인사하기'

  요 며칠 브런치에 쓴 글을 보니 내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쓴 것이 많았던 것 같다. 끔찍하게 운동을 못한다든지 자기소개를 할 때 겉으로 티는 안 나지만 실제로는 엄청 긴장한다든지 하는. 그래서 오늘은 내가 잘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잘하는 것들이 꽤 있다. 운동은 지독히도 못했지만 다른 예체능 과목은 잘하는 편이었다. 미술도 음악도 아주 수준급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좋아했던 과목들이고 실기시험에서도 나름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특히 미술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 다녔던 미술학원의 원장님께서 재능이 있다며 예원중학교 시험을 보라고 하실 정도였다. 하지만 예원중학교까지는 일단 거리가 너무 멀었고 부모님이 매일 나를 학교까지 라이드를 해 주실 형편도 아니어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미술가로 평생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음악 실력은 뛰어난 재능이 엿보이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일반인의 기준에서 좀 더 '괜찮은' 정도라고 생각한다. 우선 음치나 박치가 아니라 노래를 무난하게 부를 수 있고, 악기를 배우면 금방 능숙해졌다. 한국의 많은 여자아이들이 그렇듯이 나도 유치원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교회에서 성가대 반주자로 봉사할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하도 안 쳐서 손가락이 많이 굳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워낙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모여 계시는 브런치에서 말하기는 낯부끄럽지만 당시에는 글쓰기 실력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글쓰기 대회 같은 걸 하면 대부분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시 낭송부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우리 시 낭송부에서는 축제 때 잔잔한 음악을 깔고 자작시를 낭송하는 행사를 가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살짝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더 있긴 하지만 최근에 내가 잘한다고 들었던 것에 대해 더 중점적으로 써 보고자 한다.




  "선생님은 정말 인사를 잘하시네요."


  나와 같은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께 지난주에 들었던 말이다.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하신 말씀이다.


  나는 얼굴을 아는 분들이건 모르는 분들이건 간에 학교 안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 인사를 한다. 심지어 똑같은 분을 다시 마주쳐도 또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는 인사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종종 들어왔다. 성격이 외향적이지도 않으면서 인사는 잘한다.


  나는 인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인사하기가 인간관계에서 사소한 듯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첫 단추 같은 것이랄까.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도 인사하기를 강조한다. 교회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네가 몰라도 인사를 해라, 학교에서 만나는 어른들한테는 무조건 인사를 해라... 등등. "인사만 잘해도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또 강조하는 것이 있다. 대면으로 하는 인사 말고도 SNS를 통한 인사도  신경 쓰라고 한다.




  나는 교회에서 고등부 학생들을 담당하는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대학교 때부터 항상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를 해 왔는데 주로 유치부와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맡아 오다 3년 전에 처음 청소년부로 오게 되었다.


  반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하거나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데 상당수의 아이들이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카톡으로도 답변을 잘 해주지 않는다. 아예 확인을 안 했으면 모를까 확인을 하고도 아무 답장이 없거나 '네'라는 단답형의 대답을 할 때가 부지기수다.


  처음에는 이런 아이들을 대하면서 상처도 받았다. 그럴 때마다 "요즘 애들 다 그래요."라는 다른 선생님들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것도 이 시기 아이들의 특성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익숙한 일이 되었다.

 

  물론 개중에는 전화도 잘 받고 카톡 답장도 예의 바르게 꼬박꼬박 잘해 주는 아이들이 있다. 솔직히 그런 아이들에게 더 정이 가고 친밀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들에게도 항상 강조한다. 교회 선생님이든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선생님께서 카톡이나 전화로 연락을 하시면 인사 잘하고 답장도 예의 바르게 잘하라고 말이다. 내가 끊임없이 주의를 주기도 하고, 아들도 선생님들을 그다지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너무 기특한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나를 전혀 모르는데도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가방 안에 맛있는 간식이라도 있으면 쥐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그 아이들이 기특하고 예쁜 것이 당연하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분명히 이웃들에게 인사도 잘하시고 예의 바르신 분들일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고 하는 말도 있는 것처럼. 나 또한 우리 아들에게 바른 것들을 많이 보여주는 깨끗한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인사를 하는 것은 단순히 아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인사를 건넸을 때 상대방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 주는 인사가 나를 또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작은 행복들이 쌓이면 관계가 좋아지고, 관계가 좋아지면 나의 삶도 정신적으로 윤택해짐을 많이 경험했다.


  상대방의 눈을 보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행복을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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