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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May 01. 2022

아들의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독서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다

  중2 아들의 중간고사가 무사히 끝났다. 성적이 매겨지는 첫 시험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던 시간이었다. 아들의 꿈속에는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 은도끼를 주기는커녕 시험에서 망하라는 '저주(?)'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아들도 나도 웃으며 넘기긴 했지만 그만큼 아들이 시험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시험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역시 짝퉁 산신령이었다. 첫째 날에는 수학과 국어, 둘째 날에는 영어와 과학, 역사(세계사) 시험을 보았다. 내가 학교 다녔을 때에 비하면 시험 과목 수가 적긴 하다.




  아들이 제일 자신 있어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본인도 수학은 100점을 자신한다고 했고, 심지어 수학 학원에서도 우리 아들은 따로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가장 자신 없어했던 과목은 국어였다. 국어의 경우는 학원을 다닌 경험도 전혀 없고 어떻게 시험이 나올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논술 공부방을 다니긴 지만 거기서는 토론과 글쓰기를  뿐 내신 국어 시험 대비는 하지 않는다. 아들은 학교 선생님이 내 주신 학습지를 보고, 혼자 문제집을 풀면서 준비했다.

 


 

 아들의 중간시험 결과를 보고 나와 아들이 모두 공감한 것은 자만은 금물이라는 것과 독서는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자만은 금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대목에서 눈치챈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렇다. 아들은 제일 자신만만해했던 수학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아깝게 한 개를 틀리고 말았다. 수학만큼은 100점이라고 우쭐대던 아들에게는 너무 아쉬운 결과였다. 문제를 다 풀어놓고 마지막에 약분을 안 해서 틀린 것이다. 조금만 더 세심히 검토했다면 당연히 맞았을 문제라서 아쉬움은 무척 컸다.


  "한 개 틀린 것도 정말 잘한 거야. 그리고 엄마는 네가 이번에 이런 실수를 한 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앞으로는 더욱 검토를 신경 써서 할 거 아니니. 어쨌든 아주 잘했어!"  


  아깝게 한 개를 틀린 수학 외에 다른 네 과목은 놀랍게도 모두 100점이었다. 수학과 영어는 아무래도 대부분 학원도 다니고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결과가 좋은 아이들이 많은데 국어나 역사(세계사) 같은 과목은 시험을 생각보다 잘 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엄마, 역사 시험에서 어려운 문제가 있었는데 내가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어."

  "오, 정말?"

  "응,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 근데 학습지에도 안 나온 거라서 애들이 많이 틀렸어."

  "그랬구나. 이걸 보더라도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네. 앞으로도 독서를 열심히 해야겠다."

  "응, 알았어."




  아들이 엄마인 나와 대화를 나누면 항상 이야기가 '~그래서 독서는 중요하다'로 끝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그런데 이건 나도 의도하는 바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아들이 꾸준히 독서를 해 왔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에 국어와 역사 같은 시험에서 학원의 도움 없이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들 스스로도 본인이 직접 경험을 했으니 '엄마는 또 독서 이야기야...'라고 하지 않고 수긍을 한 것이겠지.


  특히 역사 같은 경우는 문제집에 나온 설명만 달달 외워서는 단편적인 지식밖에 얻지 못한다. 그런 단편적인 지식은 문제가 조금이라도 응용되면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독서를 통해 역사의 큰 줄기와 흐름을 알아야만 제대로 역사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고 다른 시대와 비교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등의 폭넓은 지식을 묻는 문제가 나왔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다. 아들은 예전부터 역사에 관한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이번 시험에서도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국어의 경우 시험지를 보니 문제의 지문들이 꽤 길었다. 평소 긴 글을 읽는 습관이 안 잡혀 있다면 런 긴 지문들을 읽고 내용 파악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요즘처럼 스마트기기와 인터넷에 익숙해져 책과 멀어지고 긴 글을 읽기 어려워진 아이들에겐 특히나 더.


  그렇다고 독서가 비단 시험을 잘 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독서는 삶 자체에 크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많이 하면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영향 중에서 일부분일 뿐이다. 다만 우리 사회가 워낙 성적을 중시하다 보니 학습적인 면에서의 독서의 효과가 부각되고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는 것일 게다.


  여하튼 이번 일을 계기로 등록을 할까 말까 망설였던 과학 학원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아들이 얼마 전에 친한 친구 몇 명과 함께 과학 학원을 같이 다니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생각해 보자고 했었는데 당장은 다니지 않기로 했다. 현재 영어, 수학, 논술만 다녀도 바쁜데 여기다 과학 학원까지 다니면 독서 시간이 전혀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다. 지금은 계속해왔던 것처럼 독서에 더 집중을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시험이 끝난 지난 금요일, 아들은 같은 반 친구 3명을 데리고 집에 왔다. 시험이라 일찍 끝난 데다가 시험 결과도 좋고 모처럼 친구들과 집에서 놀기로 해서 아들은 아주 신이 났다. 아들의 1학년 때 친구들은 몇 번 봤는데 2학년 때 친구들을 본 건 처음이라 나 또한 무척 반가웠다. 기쁜 마음에 아이스크림, 과자와 음료수, 치킨, 과일 등 풍성한 간식을 준비해 주었다.


  "얘들아, 시험 보느라 정말 고생했다. 재미있게 놀아."

  "네, 감사합니다!"


  싹싹하게 인사도 잘해서 더욱 예쁜 아이들이었다. 아들 방에서 넷이 노는데 방에서 시끄러운 말소리,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누군가가 아들 방에 처박혀 있던 기타를 꺼내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그 노래를 다 같이 따라 부르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여보, 지금 애들이 와서 노는데 기타 치고 노래까지 부르네. 기타 실력이 수준급이야.'

  '애들 신났네. OO이가 전에 친구 중에 기타 잘 치는 애가 있다고 했었어.'

  '아, 그래? 암튼 지금 애들 난리야.'


   나는 아이들이 기타 치고 노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워서 남편에게 카톡으로 상황을 알려 주었다.


  아들의 친구들은 7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키가 훤칠 훤칠 다들 큰데 얼굴엔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중딩이들. 저렇게 모여 노는 걸 좋아하는데 중학생이라고 학원 다니고 학원 숙제하느라 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안타깝다. 가뜩이나 지금까지 코로나 때문에 그나마 남는 시간에도 거의 친구들과 만나 놀지 못했으니 더욱 짠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만나서 놀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아들의 첫 중간고사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무사히 잘 끝났다. 시험 보느라 애쓴 우리 아들과 모든 학생들,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학생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아들한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이니 아들이 하는 말......

  

  "엄마, 근데 한 달 뒤엔 또 기말고사 준비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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