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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May 05. 2022

짧게 쓰는 게 더 힘들다

단편동화 쓰기

  신현수 동화작가님의 동화창작교실 수업을 들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3월 16일에 시작을 했고 총 열 번의 수업 중 벌써 여덟 번째 수업을 마쳤다.


  현재는 동화 이론 수업이 다 끝나고 그 이론을 잘 적용하여 직접 단편동화를 쓰는 과정 중에 있다. 원고지 30매 내외의 단편동화를 완성하고 나면 함께 수업을 듣는 글벗님들과 합평 시간을 가진다.


  내 원고에 대한 합평은 다음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데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원고 제출은 합평이 이루어지기 전 최소 이틀 전에 마쳐야 한다.  말인즉슨 원고를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초고를 다듬고 있는데 주요한 작업은 원고 분량을 줄이는 것이다. 단편동화니까 원고지 30매 내외로 써야 하는데 40매가 넘은 상태라서 계속 줄이는 중이다. 그런데 이 원고 줄이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단편동화니까 그래도 쉽게 쓰겠지 생각했었는데 웬걸...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길게 썼던 원고를 줄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원고에서 상당한 양을 날려 버려야 하는데 이게 여러모로 쉽지 않다. 문장을 빼버리면서도 앞뒤 문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해야 하고 글의 내용도 개연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당연한 얘기이고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글을 그렇게 고쳐 나가는 작업은 너무 어려워서 골치가 아프다. 특히 나는 글을 쓸 때 좀 길게 쓰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서 줄이는 것이 더욱 어렵다.


  기껏 머리를 짜내 쓴 문장들을 쳐내는 것 자체도 글쓴이 입장에서는 아깝게 여겨진다. 그런데 분량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팍팍 쳐내야 한다. 정원사들이 수목의 모양을 깔끔하고 아름답게 다듬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가지와 잎들을 쳐내듯이 말이다.



  솔직히 처음엔 동화 쓰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을 줄 알았다. 평소에 동화도 많이 읽는 편이고 스토리 자체가 일반 소설보다는 단순하니 그래도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고 무지에서 나오는 자만심이었다.


  일반 소설에 비해 동화의 스토리가 단순한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 단순해 보이는 내용 안에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다 있어야 하고,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하니 말이다.


  분명히 내가 창조해낸 인물들이고, 내가 지어낸 이야기인데 내 마음대로 술술 써지지 않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마치 동화 속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저마다의 인격을 갖게 된 느낌이랄까? 내가 그들의 말과 행동을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 그러면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동화 속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다.


  특히 이것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이기 때문에 어른인 나의 눈높이로 생각하고 쓰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이 인물은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말을 할까, 어떤 마음일까...... 등을 어린이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어찌 보면 그런 의미에서 동화를 쓰는 작가들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같다.




  기한에 맞춰서 하나의 동화를 완성한다는 것은 비록 단편동화라고 해도 엄청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창작한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 창작의 고통이 싫지는 않다. 분명 머리는 아픈데 재미있게 느껴지는 아이러니. 


  이제 동화창작 수업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쪼록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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