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동화작가님의 동화창작교실 수업을 들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3월 16일에 시작을 했고 총 열 번의 수업 중 벌써 여덟 번째 수업을 마쳤다.
현재는 동화 이론 수업이 다 끝나고 그 이론을 잘 적용하여 직접 단편동화를 쓰는 과정 중에 있다. 원고지 30매 내외의 단편동화를 완성하고 나면 함께 수업을 듣는 글벗님들과 합평 시간을 가진다.
내 원고에 대한 합평은 다음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데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원고 제출은 합평이 이루어지기 전 최소 이틀 전에 마쳐야 한다. 그 말인즉슨 원고를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초고를 다듬고 있는데 주요한 작업은 원고 분량을 줄이는 것이다. 단편동화니까 원고지 30매 내외로 써야 하는데 40매가 넘은 상태라서 계속 줄이는 중이다. 그런데 이 원고 줄이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단편동화니까 그래도 쉽게 쓰겠지 생각했었는데 웬걸...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길게 썼던 원고를 줄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원고에서 상당한 양을 날려 버려야 하는데 이게 여러모로 쉽지 않다. 문장을 빼버리면서도 앞뒤 문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해야 하고 글의 내용도 개연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당연한 얘기이고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글을 그렇게 고쳐 나가는 작업은 너무 어려워서 골치가 아프다. 특히 나는 글을 쓸 때 좀 길게 쓰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서 줄이는 것이 더욱 어렵다.
기껏 머리를 짜내 쓴 문장들을 쳐내는 것 자체도 글쓴이 입장에서는 아깝게 여겨진다. 그런데 분량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팍팍 쳐내야 한다. 정원사들이 수목의 모양을 깔끔하고 아름답게 다듬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가지와 잎들을 쳐내듯이 말이다.
솔직히 처음엔 동화 쓰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을 줄 알았다. 평소에 동화도 많이 읽는 편이고 스토리 자체가 일반 소설보다는 단순하니 그래도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고 무지에서 나오는 자만심이었다.
일반 소설에 비해 동화의 스토리가 단순한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쓰기가 더어려운 것 같다.단순해 보이는 내용 안에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다 있어야 하고,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하니 말이다.
분명히 내가 창조해낸 인물들이고,내가 지어낸 이야기인데 내 마음대로 술술써지지 않으니 기막힐 노릇이다.마치 동화 속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저마다의 인격을 갖게 된 느낌이랄까? 내가 그들의 말과 행동을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 그러면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동화 속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다.
특히 이것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이기 때문에 어른인 나의 눈높이로 생각하고 쓰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이 인물은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말을 할까, 어떤 마음일까...... 등을 어린이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어찌 보면 그런 의미에서 동화를 쓰는 작가들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같다.
기한에 맞춰서 하나의 동화를 완성한다는 것은 비록 단편동화라고 해도 엄청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창작한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 창작의 고통이 싫지는 않다. 분명 머리는 아픈데 재미있게 느껴지는 아이러니.
이제 동화창작 수업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쪼록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