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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Apr 04. 2022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고 실망했다

  "어머, 정말 드라마 같네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다. 누군가 굉장히 로맨틱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들려주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말. '드라마 같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의 실제 현실은 이와 같지 않을 때가 많다는 말일 것이다. 현실은 드라마와 달리 팍팍하고 건조하고 짜증 나고 우울한 일들이 넘쳐나니까.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며 힐링을 하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만이라도 '완전한 행복', 혹은 '완벽한 만족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 동화적인, 아름답기만 한 드라마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거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드라마를 보며 더욱 진한 감동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어야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남주와 여주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마침내 성공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거나 처절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결말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과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아마 이 드라마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너무 안타깝고 슬프니까 말이다.




  이 드라마의 남주인 백이진(남주혁)과 여주인 나희도(김태리)는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했지만... 결국 '첫사랑'으로 끝나고 말았다. 다른 커플인 고유림과 문지웅은 첫사랑으로 시작해 결혼에까지 골인하는 것으로 나와 아쉬움은 더욱 컸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뉴욕 특파원이 된 백이진과 국가대표 펜싱선수인 나희도는 모두 직업의 특성상(특히 백이진의 경우) 불규칙적이고 예측이 어려운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연락하거나 만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자꾸만 약속이 어긋나고 만남이 뜸해지다 보면 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것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문제다. 게다가 고유림과 문지웅 또한 고유림이 러시아로 귀화를 하면서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거대한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들은 헤어지지 않고 끝까지 사랑을 이어갔는데 왜 백이진과 나희도는 그렇게 하지 못한 걸까?

  



  "사이좋게 지내렴."


  자신의 딸인 나희도와 후배 기자인 백이진이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희도의 엄마인 신재경 앵커가 백이진에게 했던 말이다.


  이 장면에서 얼마나 심쿵했는지! 나희도의 엄마가 이렇게 말했을 때 수줍게 씩 웃던 백이진의 미소가 얼마나 멋지고 근사했는데...!  그런데 정말 그냥 마음속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사이'로만 귀결이 되다니...


  이 와중에 나희도의 남편은 끝끝내 어떤 사람인지 나오지가 않아 더욱 아쉽고 답답했다. 나희도가 정말 사랑해서 결혼을 한 것인지도 궁금하고.  




  드라마 때문에 이렇게 브런치에다가 푸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분명히 잘 만들어진 훌륭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헤어지면서 펑펑 울던 배우들을 따라 나도 덩달아 열심히 눈물, 콧물 흘리며 울었다. 두 사람을 따라 울면서도 속으로 '저렇게 헤어지는 걸 슬퍼하면서 왜 헤어지는데?!?'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나중에 남주혁, 김태리, 이 두 배우가 다른 드라마에서도 사랑하는 사이로 만나 꼭 그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면 이 아쉬움이 어느 정도나마 위로를 받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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