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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은 May 11. 2022

마음이 만들어낸 끔찍한 지옥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 리뷰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괴이>는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교환 배우와 신현빈 배우 등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그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초자연 스릴러'라는 이름이 붙은 드라마의 소개는 오컬트 혹은 아포칼립스 등의 소재와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단번에 끌어당기는 듯했다.



    지난 4월 29일 금요일 티빙에서 6회 전편이 한 번에 공개된 <괴이>는 공개 전의 기대감에 비해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드라마가 가진 설정 자체는 충분히 흥미로웠으나, 오컬트와 아포칼립스라는 이름 아래 이미 시청자들이 익숙할 수 있는 소재를 새롭게 풀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스토리의 단순함과 평면적인 캐릭터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이러한 혹평들을 일부 먼저 접했기 때문에, 본래 가졌던 기대감을 내려놓고 시청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이 남기는 했어도,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괴이>라는 작품에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짚어보도록 하겠다.






1. 흥미로운 소재, 충분치 못했던 풀이








    <괴이>는 언뜻 보면 아포칼립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초자연적 현상과 엮여 있다는 점에서 오컬트 장르에 더 가깝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소재의 장르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괴이>의 설정 역시 재밌었다. 그러나 드라마를 다 본 이후에는 약간의 허무함과 아쉬움이 남았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태의 중심에는 '귀불'이 있다. 고려시대의 원귀가 씌여 있는 '귀불'의 눈을 본 사람은 이성을 잃은 채 자신의 마음에 있는 지옥을 보게 된다는 설정은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소재만 남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짧은 편성 탓인지, 사태가 일어난 후의 상황을 보여주는 데 연출이 지나치게 집중된 탓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잔인한 연출이 많았던 장면에 비해 전체 이야기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신선했던 소재에 비해 그 뒤의 전개가 기존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뻔한 결말에 더욱 아쉬움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초자연 스릴러'라는 소개에 걸맞지 않게 오컬트보다는 좀비 영화의 느낌이 강했고, 모든 일의 원인이 되는 '귀불'에 접근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했다. '귀불'이라는 원인을 밝혀가는 과정, 혹은 귀불을 둘러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들을 스릴감 있게 풀어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 아쉬웠던 6부작 편성, 납작해진 서사







    드라마를 다 본 후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지점은 <괴이>가 6부작 드라마였다는 점이다. 1화에 한시간도 되지 않는 분량으로 6회만에 모든 이야기와 설정을 풀어내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설정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각 인물의 서사가 평면적으로 표현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짧은 부작의 영향이 없지 않다고 느껴진다. 물론 시즌2나 향후 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향후의 이야기를 차치하고 현재 드라마의 내용만 본다고 하더라도 더 풀어낼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각 캐릭터의 설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서사가 평면적이었다는 부분도 아쉬웠다. 주인공인 기훈과 수진 뿐만 아니라 메인 악역처럼 그려지는 용주, 과거에는 용주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버린 도경, 그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나 그들 사이에 얽혀 있는 얘기에 관한 풀이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캐릭터는 단순해졌고 뻔해졌다.



    주로 인간의 마음과 본성, 선의와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는 이러한 장르물 드라마에선 캐릭터 빌드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인물의 행동과 선택들이 시청자들에게 있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는지, 얼마나 그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괴이>의 인물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더욱 많았는지도 모른다.






3. 이야기를 끌어간 배우들의 열연






    <괴이>에서 무엇보다 빛났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주인공 기훈과 수진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와 신현빈 배우부터, 진양경찰서의 청금파출소장 한석희를 연기한 김지영 배우, 각각 용주와 도경을 연기한 곽동연 배우와 남다름 배우의 연기도 모두 빛났다. 다소 단순할 수 있는 캐릭터 설정과 작품이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인물 간의 관계성을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채워주고 있다.



    구교환 배우는 그가 직접 연출한 여러 작품과 출연작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구교환 본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위트와 리듬감을 기훈이라는 캐릭터 속에 녹여내며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상대역인 신현빈 배우나, 상대역보다 붙어 있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은 김지영 배우와의 케미도 훌륭했다.



    극 전체에 카리스마를 불어넣어준 김지영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기훈이 귀불로부터 벌어진 사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연구자라면, 한석희는 이 사태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아들을 구하기 위해 기훈과 마을로 뛰어드는 인물이다. 파출소장, 그리고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드라마의 스토리와 캐릭터는 다소 단순하고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 전체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4. 사람의 마음이 빚어낸 지옥도







    흔히 좀비 영화에서 사람이 좀비가 되어 이성을 잃고 다른 이를 죽이거나 잡아 먹는 것은 보통 몸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괴이>는 다르다. <괴이>에서 이성을 잃고 다른 이를 죽이려 달려드는, 소위 말하는 '좀비'와 같아 보이는 이들은 귀불의 눈을 본 자들이다. 귀불의 눈을 보게 되면 환상과 환청에 시달리며,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지옥을 보게 된다.



    끊임없이 분노하며 서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지옥이 바로 이런 모습일까, <괴이>의 감독과 작가가 그려내고자 했던 지옥은 이런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노로 점철된 마음과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구의 마음에나 지옥이 있음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귀불의 눈이 만들어낸 지옥으로 인해 오히려 현실을 되찾은 이들도 있었다. 기훈과 수진이다. 그들은 몇 년 전 어린 딸을 잃은 후 별거를 하며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딸을 잃은 부모에게는 사는 것이 오히려 지옥이었을지 모른다. 기훈과 수진은 귀불의 눈을 본 후 나란히 딸 하영과 함께 했던 시절을 마주한다. 하영과 행복했던 시간 속에서 하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삶이 지옥 같았던 그들에겐 하영을 잠시나마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 선물 같았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괴이>는 아쉽다는 평이 전반적인 작품이긴 하지만, 큰 기대 없이 시작한다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분량상 보기엔 부담 없는 작품이니,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드라마 <괴이>의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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