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은 Mar 17. 2022

인간마저 기계처럼 변해버린 세상

영화 <모던타임즈> 리뷰








  

    한 시대를 대표했던 영화 감독이자 배우 찰리 채플린. 그리고 그런 찰리 채플린을 대표하는 영화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도 감독과 주연 배우를 모두 맡았다. 영화 <모던 타임즈>는 사실 찰리 채플린의 연기만으로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웃음을 주기 위해 작위적이고 과장되게 행동하면서도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그의 연기는 가히 고급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흑백 영화와 무성 영화에 익숙치 않은 우리들도 큰 거부감 없이 고전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모던 타임즈>는 급진적인 산업화로 인해 많은 공장들과 기계들이 들어서고, 사람마저 기계처럼 취급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무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지점들과 오늘날에 만들어진 작품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유쾌하지만 뼈 있는 풍자들은 이 영화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 회자되며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던 타임즈>는 제목이 가지는 ‘근대’라는 의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시작부터 기계화된 사람들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공장에서 나사못을 조이는 일을 하다 소위 말하는 ‘직업병’에 걸린 듯 나사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조이려고 하는 찰리 채플린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찰리 채플린 뿐만 아니라 공장 속 모든 사람들은 기계처럼 일만 한다. 사람에게 편리함과 편안함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했던 기계가 오히려 사람을 더 쉴 수 없게 만들고, 인간다움마저 앗아간다는 모순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다.


 








    시간이 금이라고 생각한 그들에게는 잠시의 휴식 시간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밥 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계를 개발하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밥을 먹여주는 기계'는 당시의 사람들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마저 버려가며 오직 일하는 데만 시간을 투자하려 했다는 것을 우스꽝스럽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인, 찰리 채플린이 톱니바퀴 속에 들어가는 장면은 인간의 기계화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공장 밖에서는 가난함과 배고픔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부당한 근무 조건에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공장에서 나온 찰리 채플린은 불쌍한 고아 소녀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그녀와 함께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둘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집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꿈마저도 당시 팽배해 있던 자본주의 사상에 철저히 굴복할 수밖에 없는 소원이다. 좋은 집을 구하겠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시 기계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해보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풀리지 않자 결국 둘은 인간을 기계화시키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그들은 백화점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세상이 그들만의 것인 듯 자유롭게 그 시간을 즐긴다. 비록 경찰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일자리를 잃기도 하지만 찰리 채플린과 소녀가 함께하는 둘만의 시간은 완벽히 이상적이다. 그 시간 속에서 그들은 당대를 살았던 누구보다 환하게 웃을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모순이 발생한다. 찰리 채플린과 소녀는 어떻게 보면 급진적이었던 산업화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이고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 방황하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와 기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회 부적응자들이 변화의 선구자들보다 행복하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영화 속에서 찰리 채플린과 소녀는 여러 역경들에도 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웃으며 둘만의 길을 떠난다.  







    찰리 채플린은 공장에서 나와 소녀와 만남으로써 기계처럼 일만 하던 사람에서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한다. 무려 80여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이 영화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삶의 다른 부분은 보지 못하고 일에만 몰두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만든다. 환하게 웃으며 길을 떠나는 찰리 채플린과 소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기계처럼 일만 하는 삶보다 더 의미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인간마저 기계처럼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바쁘게 흘러가는 우리의 삶 속 내게 정말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타 플랫폼에 기재했던 글의 재업로드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