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궁금해서 주말 아침에 혼자 영화관 가서 본 애니메이션
집에서 OTT 서비스로 영화를 볼 때는 집 안의 온갖 일에 신경을 쓰다가 내용에 집중을 못 하곤 한다. 나같은 사람이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주위의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마칠 때까지 꼼짝말고 보아야 하는 영화관이 제격이긴 한데 일 년에 한 두번 가나보다. 아주 오랜만에 가 본 영화관에서 광고나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소등된 공간에 하얀 스크린만 보며 침묵 속에 앉아 있는 시간에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 좋았다.
전 편을 흥미롭게 본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이 나왔고 반응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언젠가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7월초는 학교 업무의 폭탄이 펑펑 터지는 시기라 폭탄 제거하느라 좀 바빴다. 정신을 차려보니 곧 영화관에서 내려갈 시기가 다 되었다.
바쁜 업무가 일차적으로 마무리된 시점에 주말 첫 회를 예약하고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기대했던대로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 친구들의 모험은 흥미진진했고 화면의 그래픽은 훌륭했으며 인간의 심리를 보편적인 시각에서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하며 보았다.
주인공이 만 13세가 되면서 새로운 감정 친구들이 등장한 순간에는 황당했지만 불안, 부럽, 당황, 따분이라는 감정이 그 시기 청소년기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사춘기 아들을 키워 본 엄마 입장에서 13세 학생들을 2년 때 담임 교사로 만나는 입장에서 인정한다. 물론 위의 감정들은 사춘기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극복해야할 감정이라 볼 수 있다. 전 편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기쁨이의 리더십을 앗아간 블안이라는 친구는 속시끄러울 정도로 정신없이 등장을 했는데, 처음에는 4차원이나 엉뚱함을 표현한 친구인가 싶었지만 그 산만하고 오버 액션하는 모습이 바로 불안을 표현한 것이었다. 불안할 때 사람이 말이 많아지고 정신 사나운 행동을 하며 애써 괜찮은 척 하는 상태를 떠올리게 하는 섬세한 묘사.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정말 많지만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이미지는 후반부에 미친 듯이 제어판을 작동시키려다 안되니 패닉이 와서 넋이 나간 불안이의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았고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나 역시 불안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이제야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고 패닉까지는 아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서 한 걱정하는 사람이다. 불안과 결핍의 감정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상처를 주기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릴 때부터 봐 왔고 지금도 나의 주변에 있으며 제어하지 않으면 나의 자화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이 애니메이션이 상영관에서 사라지기 직전 급히 달려와서 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어떤 계기로 인해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고 그 때부터 인간의 심리와 상담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찾아 보는데 재미를 붙였다. 즐겨 보는 채널들은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남인숙 작가의 어른성장학교', '심리상담사웃따' 등. 그런 영상들을 보면 볼수록 인간이란 약한 존재라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타인에게 덧입힌채로 스스로 만든 허상을 사랑할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선의를 가지고 대하되 거리 조절을 잘 하며 받아들이기 힘든 성격을 가진 이들을 보면 감정을 덜 섞고 연민을 품어야겠다고 마음먹게 한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라일리의 자아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다채로운 형태의 꽃으로 피는 모습은 인간 존재에 대한 훌륭한 가르침을 얻게 했다. 그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상에 맞추려는 의지는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만들고 평면적으로만 파악하게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찾으려고 기대하는 모습은 그 사람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며, 사람은 그 속에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는 입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겠다.
백 세 시대 인생을 반 이상 살았다고, 다수의 사람들을 매일 만나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인간에 대한 영상과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고 해서 내가 인간에 대해 뭘 좀 아는 것처럼 오만하면 안 될 것 같다. 사람에 대해 알아 볼수록 생각할수록 이 속담이 맞다 싶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무궁무진한 과거의 역사, 미래의 가능성, 현재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입체적인 인격의 소유자인 인간은 그 신비로움 때문에 어렵지만 또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2'의 주인공 라일리가 전 편보다 성숙해진민큼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심오해졌으며 우리가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