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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자의 서랍 Nov 16. 2022

여자가 예쁘면 착하다고?

여자의 미모는 권력이라고?






남자들은 '여자가 예쁘면 착한 줄 안다'라고 한다. 또 '여자의 미모는 권력이다'라는 말도 있다. 누군가 과거에는 인종과 성(性), 종교나 이념 등이 불평등을 가져왔다면 요즘은 보이는 외모가 불평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성형중독이나 다이어트 강박증 같은 외모 집착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지나칠 때를 경계해야 한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던가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말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도 외모에 대한 관심의 뿌리가 나라와 시대에 구분 없이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외모는 내가 선택할 순 없지만 노력 없이 행운으로 얻은 좋은 유전자의 결과다. 그렇게 얻은 외모가 개인의 능력이나 경쟁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외모에 대한 열등의식과 갈등을 키우고 외모를 기준으로 차별하는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타고난 외모가 노력으로 얻은 성과보다 취업이나 결혼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이 만연한 사회일수록 외모나 노화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겉모양 새를 그럴싸하게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속이 알차면 겉모양도 보기 좋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은 '맛없는 떡도 보기 좋으면 그만이다'라는 말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배우나 가수들도 연기력이나 가창력에 앞서 아름답고 잘 생긴 외모만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말하자면 내실보다 포장이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오래전 가족사진


오래전에 찍은 가족사진이다. 젊은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올망졸망한 우리 삼 남매가 있다. 이 사진을 찍으러 가던 날을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우리가 천안으로 이사 온 다음 해였다. 집에서 키우던 선인장이 세 송이의 꽃을 활짝 피웠고 그것을 기념하자며 사진관까지 가서 겸사겸사 가족사진을 찍었다. 선인장 화분은 신문지에 싸서 아버지가 안고 갔다.



평생 화장하지 않았던 엄마는 예뻤고 외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옛날 사진 몇 장을 공개하면서 이 사진을 아낀 까닭은  글에 대한 신뢰에  편견을 가질까 염려스러워서다. 모든 허물을 '기승전 엄마'로 결론 내리는 내 글을 읽으며 우리 엄마를 심술궂고 수다스럽고 몰인정한 못된 여자의 대명사처럼 나오는 심청전의 '뺑덕어멈' 외모를 상상했을 수도 있니까.  또는 그랬어야 하니까.



일반화시키는 건 아니지만 우리에겐 어느 정도 전형화(典型化)된 외모에 대한 편견이 있다. 글의 몰입감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나, 어려서부터 심청전이나 백설공주와 같은 그림책을 보면서 인물의 전형화를 무의식 중에 익힌 까닭이다.





'생긴 모양을 볼작시면 말총 같은 머리털은 하늘을 가르치고, 됫박 이마에 홰 눈썹에 우먹 눈, 주먹코요. 메주 볼, 송곳 턱에 입은 크고, 입술부터 큰 궤문을 열어논 듯, 써레 이 드문드문...'



뺑덕어멈의 외모를 묘사한 '심청가'의 한 대목이다. '뻣뻣한 말총 같은 머리털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고 이마는 됫박을 엎어 놓은 듯 튀어나오고 눈썹은 닭이 홰를 치듯이 치솟아있다. 눈은 움푹 꺼져있고 주먹코에 피부는 메주 모양으로 울퉁불퉁하다. 송곳처럼 뾰족한 턱에 입은 크다. 두꺼운 입술은 궤짝 문처럼 벌어져 있고 이는 써레처럼 드문드문하게 나 있다'라고 조롱한다.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라 정확한 시대를 알 수는 없지만 그때에 상상했던 못된 여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셈이다. 못생긴 것이 곧 못된 것이라는 편견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내게 차별과 학대를 일삼고 나에 대한 미움과 자신에 대한 과한 연민으로 살림은 뒷전이었던 엄마였다. 엄마의 다소곳한 외양만 보면 자식과 남편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헌신적일 것만 같다. 그런 엄마에게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여과되지 않은 상스럽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잔소리들이 입만 열면 나왔다. 이사실은 실제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엄마 닮은 구석은 손톱만큼도 없이 키만 멀대같이 크고 마른 데다 새카맣고 못생긴 딸이 얼마나 말을 안 듣고 고집스럽게 속을 썩이면 엄마가 저리 미워할까? 얼핏 그렇게 생각한 사람도 있었으리라.




오래전 가족사진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평생을 못생긴 줄 아는 채로 살았다. 그렇게 낮은 외모 자존감은 내 인생에 부정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 이제 말하자면 자신의 외모 자신감이 객관적인 기준보다 저하되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자신감은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나는 고유의 나인 까닭이다.


'여자는 이쁘면 착한 줄 아는' 남자들에게말하고 싶다. 얼굴까지 이쁜 여자는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얼굴 이쁜 여자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한 사람이 가지는 가치는 이쁜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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