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에, 우리 흔적은
발효된 세월 냄새만을 남기고
서성대며 잊으려던 기억 크기만큼
뒷마당 담쟁이만 저리 혼자 커버렸다
그때처럼
실뱀 같은 가을 햇살 한줄기
무심히 마루 위에 내려앉고, 나는
전설인 듯 아득하게
살아남은 기억 몇 개
성한 곳 없는 빈 집 모퉁이에서 또 찾아낸다
아직도 나는
뿌리 되지 못한 옥수수 세 번째 마디처럼
어쩔 줄 모르는 채
남아있는 것들 안으로 삭히며
빈 가을 들판처럼 비어 가는데
개망초, 강아지 풀, 질경이
빈 집에 남아있는 부질없는 이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