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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노장 사상의 함의, 개소리 분쇄기

개소리의 개소리의 개소리의 개소리, 개소리의 무한 순환에 관하여

by Edit Sage

개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설명을 설명하고,

그 설명을 다시 포장하고,

그 포장을 다시 교묘히 변주한다.

개소리는 자라난다.

말 위에 말이 얹히고,

그 위에 권위가 덧씌워지고,

그 위에 도덕이 납땜된다.



노자(老子)는 웃는다.

“많이 말하면 궁해진다(多言數窮).”

개소리의 핵심은,

많이 말하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즉,

“도(道)는 말할 수 있을 때,

이미 도가 아니다.”



장자(莊子)는 날아오른다.

“말은 물을 긷는 버킷일 뿐.

물을 마신 뒤엔

버킷은 놓아야 한다.”

그러나

개소리는 물은 비우고

버킷을 입에 물고 달린다.



개소리의 개소리는

그 개소리를 반박하기 위해 생성된

정당한 말의 파편이다.

그러나 그 파편은 곧

다른 개소리로 소화된다.

그래서

개소리는 반박을 먹고 자란다.



개소리의 무한 순환.


•A가 말한다. (개소리 1)

•B가 반박한다. (개소리의 반응)

•C가 중재한다. (개소리의 중립화)

•D가 평가한다. (개소리의 포장)

•A가 재반박한다. (개소리의 재귀)


개소리는 자기 복제를 통해

의미를 가장한 소음을 낳는다.



노장의 사상은

개소리 분쇄기가 아니다.

그것은 개소리를 ‘들리지 않게 만드는 상태’다.

즉,

무위(無爲)와 무쟁(無爭)의 영역,

소리가 되기 전의 침묵으로 돌아가는 것.



개소리는 의미를 강요한다.

노장은 의미를 비운다.

개소리는 중심을 만들고

그 중심에 권력을 둔다.

노장은 중심을 흩고

그 틈에 자유를 숨긴다.



개소리를 분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반박이 아니다.

‘흘려보내기’다.

장자는 말한다.

“말은 바람이고,

뜻은 그림자다.”

그걸 붙잡으려는 순간,

너도 개소리의 순환에 편입된다.



묻는다.

너는 지금 개소리를 반박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개소리를 ‘말해야 할 필요’로 착각하고 있는가?



노장은 속삭인다.

“진짜 도는 개소리를 분쇄하는 게 아니라,

개소리를 ‘개소리로 감지하지 않는 상태’다.”



그러니,

분쇄하지 마라.

비워라.

빠지지 마라.

흐려라.



개소리는 붙잡을수록 커지고,

지적할수록 교묘해진다.

침묵은 그 회로를 끊는,

유일한 초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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