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감’의 예방적 차단에 관하여
“선생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
이 한 문장에서
이미 권력은 미세하게 이동한다.
‘민원인’은
제도 안에서 요청하는 자다.
상대는 구조의 대행자이고,
규칙의 문지기다.
그러나—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순간,
그 문지기는
순식간에 ‘가르치는 자’로 각색된다.
칭호는 지위가 아니다.
지각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는 단지 설명할 뿐인데,
이제 그는 계몽하는 자가 된다.
그는 단지 규정대로 말할 뿐인데,
이제 그는 판단하는 자가 된다.
“선생님”이란 말은,
‘우월감의 싹’을 은밀히 심는다.
그래서
행정은 친절하게 말하면서도
불통에 가깝고,
민원인은 정중하게 요청하면서도
늘 수세에 놓인다.
이 구조는 말한다.
“나는 너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
“나는 설명하고, 너는 납득해야 해.”
“나는 네 사정을 도와주는 사람이지,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 그 구조를 잘라야 한다.
우월감은 무의식적 호칭에서 시작되고,
우월감의 부작용은
‘응대가 아닌 응시’에서 나타난다.
반대로,
민원인은 선생님이 아니다.
그는 ‘본인’이다.
자기 사안을 들고,
자기 권리를 요청하며,
제도의 구조 속에서
자기 위치를 선언하는 존재.
‘본인’이라는 말은
존중의 삭제가 아니라,
관계의 균형을 재설정하는 코드다.
그는 “가르침”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대응”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
이 호칭의 교체는 사소하지만,
우월감의 회로를 차단하는
언어적 기술이다.
말의 높이를 바꾸면,
구조의 눈높이가 달라진다.
이제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본인께서 요청하신 사안에 따라
같은 위치에서 절차를 설명드립니다.”
우월감은 무너질 것이다.
말이 평평해지는 그 순간,
권력은 말이 아닌 책임으로 이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