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음이 바로 요가의 첫걸음
"요가를 그렇게 했는데 아직도 요가학원에 다녀?"라는 말을 왕왕 듣곤 한다.
그러면 나의 대답은 "혼자서 집에서 하면 안 할 것 같아서 그냥 돈 내고 다녀요. 돈이 아깝다는 생각지 들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다니지 않겠어요"라고 얼버무려 이야기한다.
맞다. 나는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데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규칙과 통제라는 곳에 나를 맞추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요가학원을 등록하고 그곳에서 아사나 수련을 한다. 하지만 요가학원을 등록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몇 년간 게을리했던 아사나 자세도 바로잡고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다시 기억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요가 매트를 펴고 자리에 앉아 집중을 하며 규칙적으로 요가 아사나를 실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깨어있음"이다. 깨어있음이 없으면 아사나 자세를 하는데도 잘못된 자세로 요가 아사나를 하기도 쉽고 더 나아가 요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홀로 요가 아사나 수련을 하는 동안 스스로 깨어있음을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바른 자세로 아사나를 하고 있는 것인지 호흡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 것인지 등을 바라보는 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요가 학원에서 수련을 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내 자세를 점검할 수 있는 선생님의 지도가 있고 핸즈온으로 내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아준다. 요가학원에서 수련하는 동안 내 마음이 옆사람에게 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반영하며 내 자세를 더 바로잡고 집중한다. 지금은 깨어있음에 힘이 부족하기에 나는 함께 하는 수련 속에서 깨어있음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요가 아사나 수행은 혼자 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혼자서 아사나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단계의 민감함과 깨어있음 (Awakeness)이 필요하다. 산스크리트어로 깨어있음은 Smriti(स्मृति)이고, 이는 Mindfulness(마음 챙김), Awarness(깨어있음), Memory(기억)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도에서 산스크리트어가 대중화되면서 탄생한 언어가 Pali어이고, Pali어로는 깨어있음은 Sati (सति)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팔정도 중의 하나인 "정념, Right Mindfulness"이다.
혼자 집에서 아사나 수련을 하다 보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아사나 위주로 수련을 하기 쉽거니와 점점 편안하고 쉬운 마음이 들고 자연스레 느슨하게 수련을 해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아사나 자세가 틀어져 있기 쉽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음이 필요하다.
최근 사바아사나를 하면서 자세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트리코나아사나를 하는데도 이 자세가 맞나 싶을 때가 몇 번 있었다. 아사나 자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세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요가 아사나를 몇 해 동안 해오는 사람이 자세가 안 좋아요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깨어있음이 없는 아사나 수련에는 이런 자각의 순간이 꼭 오기 마련이다.
요가는 신체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운동이고, 병원에서도 자세교정이나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요가를 추천한다. 그러는 반면에 요가 부상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고 있다. 2016년에 발표된 Yoga-Related Injuries in the United States From 2001 to 2014라는 미국 연구에서 보면 요가지도자 중에서도 잘못된 아사나 수련으로 인해 목과 등 아래쪽(lower back), 어깨, 손목 등의 부상을 입는다고 한다. 요가 부상을 입는 사람의 연령대도 18세에서 44세가 53%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노인 요가 인구의 부상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요가 부상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잘못된 자세로 무리하게 아사나 수련을 하는 것은 요가 부상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늘 자격을 갖춘 요가지도자의 지도 하에 무리하지 않고 안전한 방법으로 수련해야 한다.
아사나 수련을 할 경우만 보더라도 아사나 자세가 바르게 행해지고 있는지, 몸의 중심은 바른 곳에 있는지, 호흡은 아사나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지, 아사나 자세 중에 불편한 곳은 없는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가 늘 필요한다. 깨어있음이라는 것은 요가의 8단계 중에서 아사나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야마, 니야마, 아사나, 프라나야마, 프라티아하라, 다라나, 디야나, 사마디에서 늘 필요한 것이 바로 이 깨어있음이다.
10년 전쯤인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나에게 Awareness Alone Is Not Enough (깨달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라는 책을 권했던 사람이 있었다.
깨달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깨달음의 질과 그 자각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혜가 담긴 자각을 경험하고 나면 당신은 그 수행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깨달음의 관심이 늘어날수록 수행을 더 할 것이고, 수행을 통해 바른 이해를 하고 나면 수행에 더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Awareness Alone Is Not Enough, p16)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우리는 모두 다 과정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깨어있음으로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지금 현재 나는 어디쯤에 서 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향해가는지 더 알아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깨달음과 만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참고문헌 : https://en.wikipedia.org/wiki/Sati_(Buddhism)
: Swain, T. A., & McGwin, G. (2016). Yoga-related injuries in the United States from 2001 to 2014. 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 4(11), 232596711667170. https://doi.org/10.1177/232596711667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