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 still Nov 09. 2022

영혼에게 주는 요가 칭찬, 잠시 멈춤

빠딴잘리요가수트라 1장 2절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두꺼운 겨울 옷을 꺼내고 여름옷을 다시 넣어두었다. 문득 그래 한국은 4계절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 인도와 미얀마에 머물 때는 옷의 종류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했던 일 들 중에 하나가 계절에 맞는 옷들을 구입하는 일이었다. 적당한 곳에 적당한 옷차림으로 방문해야 할 것들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더니 좁은 옷장에 여름용, 겨울용, 봄가을용의 옷이 가득 차고 이제 넘치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옷이 많아졌을까, 이건 정작 사놓고 입지도 않는 옷인데 왜 샀을까부터 답답한 마음과 함께 짜증도 나고 불편한 마음이 마구 밀려왔다. 


그리고는 익숙한 곳으로 나의 주의(attention)는 순식간에 익숙한 곳으로 이동을 했다. 마음의 부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익숙한 곳이다. 후회와 자책들이 멈출 수 없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이제는 바꿀 수도 없는 과거의 일과 잔상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곳이다.  계속 나를 힘들게 하는 곳이다. 정작 나는 알고 있다. 이 부정적인 마음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말이다. 그런데도 옷 정리를 하는 중에 애먼 곳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잠깐 나는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숨을 크게 내쉬고 들이마셨다. 올 가을 일주일에 한 번씩 호흡명상 수업을 듣고 난 후에 나는 이렇게 짜증이 나거나 불편한 마음이 일어나면 이렇게 크게 호흡을 한다. 이렇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마음이 많이 사라진다. 자동으로 생산되는 수많은 생각들을 잠시 멈추며 나는 문득 니로다(Nirodha)라는 단어를 생각해냈다. 





니로다 (निरोध, Nirodha)는 산스크리트어이다.  요가 철학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빠딴잘리요가수트라(Patanjali Yoga Sutra) 1장 2절에 나와있는 Yoga Chitta Vritti Nirodhah의 구절이며 그 뜻은 "요가는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다. 니로다는 여기에서 통제하다 조절하다는 의미로 번역이 되어있다. 

Yoga chitta Vritti Nirodhah: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Chitta는 마음을 의미하고, Vritti는 단어 그 자체만으로는 소용돌이(whirlpool)를 의미하며 여기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생각의 소용돌이를 의미한다. Nirodha는 통제하다는 뜻이다.  직역을 하자면 생각 소용돌이의 상태의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 바로 요가라는 것이다. 


Nirodha의 본래 어원은 "Bringing to halt", "Cessation"과 같이 "잠시 멈춤"을 나타낸다고 한다. 진행해 온 행위, 생각 등을 잠시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배웠다. 나중에 더 나아가 Nirodha는 억제하다 또는 통제하다의 뜻을 나타내는데 이는 축적되었던 것들 또는 계속 진행되어 왔던 것으로부터 단호하게 떨어져 나오는 것과 같이 끊어내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Nirodha라는 단어를 잠시 생각해내고는 영혼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멈추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필요한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실상은 불필요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필요한 생각은 부정적인 느낌과 감정과 함께 간다. 이 것은 내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다. 


잠시 멈춤 (Nirodha)를 통해서 나는 내 영혼에게 도움이 되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부정적인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좋다. 그 시작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차리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소용돌이 같은 생각이 멈추고 난 곳에 잠시 호흡을 바라보고 생각과 생각 사이의 광활한 공간에서 가만히 있어본다. 


그칠지(止)에 한 획을 더 하면 바를 정(正)이 된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다. 혜민스님의 책 제목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잠시 멈춤으로써 자신을 바라보고 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우리에게는 있다. 


요가의 시작은 바로 잠시 멈춤이다. 아사나를 할 때도 잠시 멈추고 자세와 호흡과 의식을 바라본다. 


이것이 요가의 시작이며 내 영혼에게 주는 칭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의 온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