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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still Dec 28. 2022

인도 철학에서의 죽음에 대한 관점

인도 여행 중 만난 한 여행자와의 대화

우연히 만나는 여행자와의 이야기들은 가슴에 오래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어제저녁 우연히 모모(만두)를 먹기 위해 들른 작은 길거리 가게에서 루시아노라는 아르헨티나 여행자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시아노는 카시미르(Kashimir) 지역과 레(Leh)와 나닥(Ladakh) 지역을 최근에 다녀왔다고 했다. 인도 날씨로 지금은 겨울인데 겨울에 그 추운 곳을 여행하였느냐고 묻자 추운 날씨 덕분에 여행자들은 거의 없어 그곳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현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광경에 압도되었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여행자들의 소음 없이 고요하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단 불편했던 점은 영하의 날씨였지만 다른 것들이 그 단점을 커버하기에 충분하였단다. 늘 가고 싶지만 겨울에만 시간이 나는 나에게 영하의 날씨를 견뎌낼 담대함은 없기에 아직도 나는 그곳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 어디서부터 인지 우리는 명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나중에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루시아노가 맨 처음 인도에서 죽음을 보게 된 것은 인도와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의 경계가 되는 곳쯤을 여행하던 때였다. 그곳에서 머무를 때 한 어미 개가 8마리의 강아지를 낳고 난 후에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더란다.  이를 수상히 여긴 루시아노가 보니 어미 개가 너무 아팠던 상태였단다. 루시아노가 개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히고 회복하기를 바랐지만 결국 어미 개는 치료를 받은 그날 무지개다리를 건넜단다. 남은 8마리의 강아지를 돌볼 사람이 없자 루시아노는 여행일정을 바꾸고 8마리의 강아지들이 전부 다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강아지 음식을 만들어 먹이면서 그들을 돌봤단다. 그럼에도 하루가 지나면 한 마리의 강아지가 죽고 또 하루가 지나면 강아지가 또 죽어나가더란다. 한 생명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도 없이 그저 남아있는 강아지들만이라도 건강하기를 바랐지만 혹한의 추위에 모두 다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상하리 만큼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생명에 대해 애도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던 이유는 그 당시까지만이라도 살아있었던 강아지들에 대한 책임감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인도에서의 한 번의 죽음들을 목격하고 그 지역을 떠나면서 또다시 죽음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단다. 나닥과 레는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고지대에 있다. 수많은 협곡들을 굽이굽이 지나고 난 후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루시아노가 느끼기에 엄청 위험한 곳이었단다. 창밖을 보기만 해도 저 밑에 끝이 보이지도 않는 계곡이 계속해서 보였단다. 그가 탄 차는 협곡의 가장자리를 타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단다. 자신이 느끼기에 자신의 체중을 조금만이라도 왼쪽으로 놓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차가 기울어서 그 깊은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 돌멩이들이 떨어지듯이 떨어질 것 같았단다. 그 당시 자신도 모르게 숨 막히는 극한의 공포를 느꼈단다. 어미개와 8마리의 강아지들을 보내고 슬퍼할 틈도 없이 자신의 길을 나서는 중 먼저 보낸 어미개와 강아지들처럼 자신도 모르게 이 협곡으로 떨어져 죽을지도 모르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휩싸였단다. 그렇게 이동을 하다 잠시 차가 멈추었을 때 직접 운전사에게 무섭지 않냐고 물으니 다음생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호탕하게 웃더란다. 자신의 동료들도 몇 명 이 협곡들에서 사고로 죽었고 자신도 그렇게 죽을지도 모르는 이 길에서 다음 생이 있으니 별 걱정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운전사를 보면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치스럽게 느껴졌단다.  


리시케시 비틀즈 아쉬람에서


그는 며칠 전 리시케시에서 청명한 갠지스 강에서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강 상류 쪽으로 올라갔단다. 상류지역에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있는데도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수영을 하겠다며 큰 소리를 치며 그곳으로 향하는 몇몇 젊은 인도인들을 보았고 자신도 뭐에 홀린 듯 그 인도인들을 보고 있었단다. 그중 한 명이 굉장히 깊어 보이는 곳 쪽으로 수영을 해서 들어가더니 10분이 지나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단다. 시간이 흐른 후 나머지 사람들은 경찰을 부르고 사라진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경찰들은 오늘 또 이런 일이 발생했네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란다. 제발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말라면 들어가지 말라는 말만 하고 신원을 확인한 후에 서류를 작업을 하기 위해 경찰서로 이동했단다.


루시아노는 그곳에 한참 서 있었단다. 한 인간의 죽음이 이렇게 취급될 수 있을까라면서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매스컴에 이슈화가 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클 텐데 그 사건이 발생한 날은 이곳 리시케시에서 그저 평범한 일상 중 하루였을 뿐이었단다.


루시아노가 내린 결론은 죽음에 대한 개개인들의 개념(concept)이 다르다는 것이었단다.


인도철학에서는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고 세상에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신의 존재를 믿지만 특정 종교를 따르지는 않고 가장 최고의 신의 현현은 자연이라고 믿는 루시아노는 인도에서 이런 죽음들을 목격하면서 조금 더 성장했음을 인정했다. 자신은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명상을 해오고 있는데 명상을 통해서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온 것을 알았지만 이번 인도 여행을 통해 그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도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죽음이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다고 했다.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나는 어제 저녁 우연히 길거리에서 루시아노를 만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늘 아침 한국으로부터 한 직장 동료의 비보를 접했다. 그리 친하지 않은 동료였고 일상적인 대화를 몇 번 주고받았던 적이 있던 동료였다. 그녀는 힘겨운 삶을 스스로 내려놓기로 결정을 하고 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단다. 한국이 아닌 인도에서 접하는 그 놀랍고 슬픈 소식이 가슴 한쪽이 무겁게 짓누르면서도 슬픔을 마주할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जातस्य हि ध्रुवो मृत्युर्ध्रुवं जन्म मृतस्य च |तस्मापरिहार्येऽर्थे न त्वं शोचितुमर्हसि || 27|| Death is certain for one who has been born, and rebirth is inevitable for one who has died. Therefore, you should not lament over the inevitable.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을 것이고 죽은 자는 반드시 다시 태어난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슬퍼하지 말라) 출처: 바가바드기타 2장 27절


죽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매일의 삶을 살아간다.


인도의 한 성인은 명상하는 것이 바로 죽음을 준비해 가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웰다잉(Well-Dying)이 우리 사회의 관심이 되어버렸듯 일상을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인도철학에 의하면 우리는 수많은 생을 살아왔고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다.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일까? 죽음이 새로운 시작일까?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막막한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깊은 명상에 들어가다 보면 몸의 감각과 의식들이 줄어드는 과정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죽음의 과정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 죽음을 향해 살아 가고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


인도철학에서 이야기하듯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막연히 두려워만 할 수 도 없다. 하지만 무섭다. 무서운 이유는 그 죽음이 나에게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나도 루시아노가 느꼈던 것처럼 죽음이 나를 찾아오기 전까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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