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철학에서 태양의 의미
푸쉬카르에서 오후 5시쯤이면 일몰이 잘 보이는 sunset cafe에 가서 차와 베이커리를 즐기곤 한다. 내가 푸쉬카르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는 연말이어서인지 인도 관광객들이 선셋포인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푸쉬카르 선셋 포인트가 인도인들에게 유명한 일몰지 중에 한 곳이라고 한다. 일출과 일몰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인도사람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다 똑같은 것 같다.
하긴 인도사람들에게 태양이라는 존재는 엄청난 것이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알 수도 없는 인도 경전 Rig Veda에서부터 태양을 숭배해 왔다. Sury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태양의 신은 Aditya, Arka, Ravi 등의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인도 철학에서 태양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빛이며 궁극적인 진실이자 참된 지식 등을 의미한다. 7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매일 동쪽에서 서쪽으로으로 이동한다. 아침에는 황금(golden yellow) 색을 띠며 Brahma신을 의미하며, 오후에는 밝은 흰색 (bright White)을 띄며 Maheshvara를 대변한다. 저녁에는 어두운 청색(dark blue)을 띄며 Vishnu를 의미한다.
인도 경전들 가장 오래된 Veda에 보면 불멸의 신 Brahman은 태양에 머물고 있으며 햇살(Sun rays)을 통해서 개인의 영혼인 Jivatman에게 참된 진실(Knowledge)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현생을 살아가는 개인의 영혼(Jivatman)들은 구름들(불순물, Impurities)에 가려서 진실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हिरण्मयेन पात्रेण सत्यस्यापिहितं मुखम् । तत्त्वं पूषन्नपावृणु सत्यधर्माय दृष्टये ॥ १५ ॥ (Isha Upanishad 15절) 오 태양의 신이시여. 진리가 황금빛 (golden vessel)에 가려져 있구나. 참된 진리를 찾는 이가 볼 수 있도록 그 황금빛을 거두어 주소서.
연초나 연말이 되면 사람들이 일출이나 일몰을 본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함이고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기 위함이다. 문득 푸쉬카르 Sunset cafe에 앉아 일몰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한 생각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일출과 일몰! 인간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과연 태양입장에서 그러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출과 일몰은 이 세상이 창조된 이후로 한 번도 빠짐없이 해온 태양의 일상이다. 만일 태양이 인간과 같이 사고를 한다면 연초와 연말에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특정 장소로 모인다는 것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일출과 일몰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길래 푸쉬카르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아 일몰을 구경하고 또 일몰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에게 일출은 새로운 시작을 시작하는 격려와 다짐 같은 것이라면 일몰은 한 해를 또는 하루를 열정을 다해 내 삶을 사랑한 것에 대한 위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나무 매듭 같은 삶의 굴곡들을 경험하면서 사십의 중반에 들어선 나. 이제 까지 나에 대해 알아간 것이 있다면 바로 내가 성인아이(Adult-child)가 아닐까라는 것이다. 착하고 여리기만 하고 사회적 기술이 부족했던 아버지는 술에 많이 의존하였고, 20년이 넘게 알코올병동을 계속해서 드나들었었다. 인도 Christ University에서 심리학을 공부할 때 성인아이(Adult-child)라는 단어를 접하고 속이 뻥 뚫렸었다. 나도 모르게 힘들고 괴로워하는 이유의 근원을 찾은 것 만 같았고 그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었다. 몸은 이미 성장은 하였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한 상태로 과거에 머물고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보자고 했다.
그때부터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되뇌는 말이 바로 "괜찮아"였다. 괜찮다라는 위로는 어디에 붙여도 무방했다. 얼굴이 화끈해질 정도의 실수에도, 미묘한 찌꺼기 같은 것들이 남아 미세하게 여운을 줄 때도 괜찮아라는 말은 다 통했다.
영화 청춘에서 "괜찮다"라는 말이 그때 왜 그렇게 나에게 와닿았는지 몰랐지만 나에게는 큰 울림 이었었고, 굿윌헌팅의 영화에서 나온 :It's not yor fault(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에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었던지 말이다.
나는 이렇게 인도 푸쉬카르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인도 철학에서 말하듯 햇살을 통해 참된 지식까지는 깨우치지 못하고 있지만, 푸쉬카르 호수를 황금색으로 물들이는 일몰을 보며 나 자신에게 그동안 참 잘 살아왔고, 대견하다는 말을 전한다.
참고문헌
1. https://www.hinduwebsite.com/symbolism/symbols/sun.asp
2. 이샤 우파니샤드 (Isha Upanish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