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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still Jan 21. 2023

한 밤 중에 받은 전화

인도 요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마주하는 현실

자이푸르에서 인도 친구를 만나고 다시 리시케시로 돌아왔다. 푸쉬카르로 가기 전 리시케시에서 잠깐 요가수업을 들었는데 그 수업이 생각이 계속 났었다. 미련이 남으면 안 되는 법이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는 시간만 정해져 있고, 세부계획은 없었기에 다시 리시케시로 향했다.


리시케시에서 다시 만난 요가선생님은 나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듯이 온갖 성의를 다해 수업을 해주었다. 오랜만에 요가 수업에 참석해서인지 요가선생님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인지 그날 파김치가 된 몸을 겨우 가누고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었다.


잠을 정말 달게 자고 있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한 밤중에 전화가 울렸다. 자이푸르에서 만난 친구가 늦은 밤에 전화를 한 것이다.


그는 2년 동안 뱅갈로르에 있는 비베카난다요가학교에서 같이 공부를 했었다.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오다가다 인사를 하고 가끔씩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냥 아는 정도의 친구였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SNS를 통해 꾸준하게 연락이 되었고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니 반드시 자이푸르에 들러야 한다는 다짐을 나에게서 받아냈었다.


그리 친하지 않았던 그의 집을 방문하여 친하지 않았던 친구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는 첫날은 나도 모르게 체해버렸다. 어색했다고나 할까? 친밀함과 적당한 거리감 어디에 나의 위치를 놓아야 할지 모르며 어색해하는 사이 어머니가 계속해서 만들어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것이 힘들었었던 것 같다. 첫날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친구에게 속이 좋지 않다며 속사정을 이야기를 하고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행히 둘째 날 그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는 전날의 안면이 있어서인지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부담스럽지만 인도 현지인들의 외부인에게 하는 접대는 언제 경험해도 대단하다. 맛있는 음식을 코스처럼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가능하면 자고 가라고 하고, 가는 길 먹을 간식까지 챙겨주기까지 한다. 한사코 손사래를 쳤지만 리시케시까지의 버스 여행 중에 먹으라며 바리바리 싸주는 음식까지도 받고 나서야 그 가족과의 만남을 마무리했었다.




깨어있었던 것처럼 "Hello"라고 전화를 받으니 그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흥분이 된 듯한 그러면서도 그 감정을 자중하는 목소리였다. 나에게 너는 우리 집까지 방문을 했으니 너는 나의 sister이며, 자신을 도와주어야 한단다.


내가 무슨 일이냐며 묻자, 구구절절 그 친구의 이야기가 격앙된 목소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금 29살이 된 그 친구는 2016년부터 2018년도까지 남인도 뱅갈로르에 있는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SVYASA)에서 Msc in Yoga Therapy과정을 이수했었다. 석사과정이 끝나고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에 남아 리서치 관련 직원으로 약 1년 정도 근무를 했는데 수입이 너무 적어서 그만두고, 고향인 자이푸르로 와서 프리랜서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누구나 그랬듯이 팬데믹의 영향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지금은 오전에 요가수업 2회와 저녁에 온라인 요가수업 1회를 가르치며 돈을 벌고 있다.


내가 자이푸르에 머무는 동안에도 한국의 요가 시장에 대해 묻고 또 물었었다. 질문들의 중심에는 자신이 한국으로 와서 요가를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 친구에게 한 이야기가 바로 나 또한 한국에서 요가로 일을 하고 싶지만 원하는 수입을 얻을 수 없어서 지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한국에서 요가선생님으로 일하는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한 밤중에 전화로 한 부탁은 나에게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요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달라는 부탁이었고, 나는 언어 문제와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수업 선호를 이유로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 졸업생 중에 한국인들이 있는데 혹시 한국에서 요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 나보고 그 졸업생들을 소개해달라고도 했다. 한국 요가선생님으로의 취업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한국도 팬데믹 영향으로 현실에서 요가센터 운영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친구가 생각하기에 나는 외국인 친구가 많이 있으니 다양한 나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온라인 요가수업을 연결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글쎄.. 내가 아는 외국인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요가 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요가 쪽이 아닌 경우는 요가에 관심이 없어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나에게로부터 연거푸 들은 거절의 답변 때문이었을까? 더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이 지금 중국에 있는 친구에게 요가선생님 일자리를 부탁하겠다고 하니 나보고 중국 친구를 설득해 달라고 이야기하였다. 한참 코로나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중국으로 가겠다고 하는 친구를 만류하였다. 외국으로 요가선생님으로 나가려고 해도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RYS TTC (Yoga Teacher's Training Course)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 친구에게 무리라고 이야기를 했다. 기본적으로 RYS TTC자격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연속된 거절의 답변을 들은 그 친구는 거의 절규하다시피 나에게 털어내고 있었다.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보아서 알듯이 우리 집은 그렇게 잘 사는 편도 아니고, 부모님도 모시고 살아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현재 돈을 많이 벌고 있지 못하다. 2년의 시간 동안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에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는데, 리시케시에서 1개월 코스의 TTC자격증을 따고 나서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들보다 더 적게 벌고 있는 것 같다는 넋두리였다. 한참 동안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가 그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부모님은 내가 그 친구에게 무엇인가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자이푸르를 떠나고 나서도 아무런 일이 없자 부모님과 설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글쎄... 내가 그 친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 친구보다도 훨씬 공부도 더 잘했고, 요가 아사나 실력도 좋았고, 철학 경전을 보지도 않고 읊고, 요가 키르탄 챈팅도 정말 잘 부르던 다른 친구도 거의 한 달에 한화로 20만 원도 못 벌고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요가의 도시 인도 리시케시에는 요가아쉬람과 요가센터들이 정말 많다. 리시케시를 오는 외국인들 중 요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RYS TTC 요가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혹은 이미 요가를 가르치고 있지만 조금 더 수련을 하기 위해서 리시케시를 찾아온다. 자기 나라에서 요가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 그들도 모두 힘들다고 한다. 팬데믹의 영향으로도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요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덩달아 요가선생님의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요가선생님의 과다 공급으로 요가선생님의 수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아쉬워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업료를 낮추고 있어서 더 힘들다고 한다.



오랜만에 인도 친구들과 연락을 할 때가 있다.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으로 취직을 해서 나간 친구들이 꽤 있었다. 팬데믹 때문에 중간에 인도로 돌아온 친구들도 있고, 외국에서의 수입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또는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서 인도로 다시 돌아온 친구들도 있다. 요가학교를 졸업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인도든 다른 나라에서든 요가선생님으로 돈을 벌고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다가 돌아온 친구들 중에는 다시는 외국으로 가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아직 외국 취직 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입이 많으면 무엇할까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자이푸르 친구는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없자 자신이 왜 요가를 선택했는지 후회가 된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IT관련분야에서 일을 하면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요가가 뭐가 좋다고 2년간의 시간을 투자했는지 후회가 된다고 한다. 대학교 졸업 후 다른 분야를 선택한 친구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 출발했지만 지금은 그들에 비해 자신이 한참이나 뒤처져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글쎄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요가 쪽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취미로 요가를 하고 하루빨리 새로운 분야로의 진로를 변경하던가, 힘들더라도 요가 쪽에 남고 싶다면 멀리 보고 가라는 이야기 밖에 해줄 수밖에 없었다.


한 밤중에 자다가 받은 전화로 나까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고 전화 통화 이후 다시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그 친구의 분노와 절규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말이야. 나도 요가를 참으로 좋아하는데 지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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