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 still Mar 17. 2023

뜬금없는 질문 너는 요가를 왜 하니?

성장 속에서 침묵과 한 걸음씩

내가 머물던 리시케시 호텔 가까이에 Moktan Cafe라는 네팔사람들이 운영하는 조그만 카페가 있다. 락쉬만쥴라 근처에 몇 안 되는 에스프레소머신을 갖춘 카페로 커피 맛이 좋았고, 거기에 가격도 좋고 맛있는 채식 베이커리도 함께 있어서 여행자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는 곳이다.


목탄카페는 늘 만석인 경우가 많았는데 밖에서 잠시 기다리다 보면 금방 자리가 생기기도 했고, 다닥다닥 앉아 있는 좁은 틈새에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마련한 후에 주문한 커피를 맛보기도 했었다.  리시케시가 요가의 도시답게 그 카페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의 요가센터에서  TTC(요가지도자과정)을 하는 사람들이거나 아유로베다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과 여행자들과 함께 뒤섞여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장기로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며칠만 지나면 눈빛으로 안부를 전하며 오랫동안 봐온 친구를 대하듯 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 있었던 곳이었다.


늘 그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이 은은하게 퍼지던 그곳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마주했다.


목탄카페를 방문할 때마다 봤었던 중년의 인도인이 내게 툭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었고 자연스레 눈인사와 미소만으로도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것 같다. 그는 20년이 넘게 외국에서 살았다고 했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곳에서 사업 관련 일을 했는데 건강의 문제로 안식년을 갖기 위해 리시케시로 왔고 1년이 넘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언제까지 리시케시에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을 때까지라고 했고 질문이 무엇이냐고 내가 물었더니 그 질문조차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질문도 답도 아직 찾아내질 못했다며 며칠 전에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었다.  속으로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라며 볼 때마다 눈이 가곤 했었다. 그가 내가 뜬금없이 던지는 질문이 바로


"너는 요가를 왜 하니?"


였다. 


나는 그 질문을 받고 나서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맨 처음에 아사나를 시작할 때는 60세가 되고 70세가 되어도 백발이 된 채로 물구나무서기 아사나를 하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불쑥 물어보니 지금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단숨에 못 찾겠는걸, 한번 생각을 해봐야겠어."라고 답했다.

 

커피를 마시다 불쑥 만난 "너는 요가를 왜 하니?"라는 질문에 나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이 질문이 내게는 "너는 무엇을 위해 사니?"라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졌다. 너는 무엇을 위해 살길래 요가를 하려고 이곳 인도까지 찾아왔니?라는 질문이듯이 말이다.


그 순간에 그 질문의 답을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명확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도는 단어는 바로"성장"이었다.


답변으로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찾아 내고 나서 요가에서의 성장은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명확하게 정의되지는 않았다. 


요가 체화과정을 경험하며 수행이라는 명분으로 삶의 고비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성장일까? 요가를 통해 영성을 탐구하고 추구하며 요가에서 안내하는 과학적인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이 바로 성장일까? 


나는 요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나에게 요가를 통한 성장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무엇 때문에 오랜 기간 요가를 해오고 있을까? 




리시케시에서의 하루 일상은 요가 아사나 수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침 명상을 하고 요가 수업에 맞춰 식사 시간을 조정하고 최상의 조건에서 아사나 수련을 할 수 있도록 하루를 보낸다.


아사나 수업 중에 몸을 움직이며 호흡과 함께 아사나를 행한다. 내 몸의 움직임과 내 호흡과 내 의식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그 순간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늘 점검하고 그 순간에 머무르고자 한다.  


이곳에서 요가를 하면서 나는 그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나의 현재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의 감정을 마주하며 변하지 않는 근원을 찾고자 한다. 신체와 만나고, 내 호흡과 만나고, 마음과 만나고, 보이지 않는 진리를 기억하려 하고, 의식을 깨워 진정한 자아와 만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 경험하는 것이 바로 "침묵"이다. 다양한 종류의 침묵을 만난다. 요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는 일상에서 침묵이 안겨주는 휴식을 취하고 있고 다양한 종류의 침묵이 점점 더 늘어가길 희망한다.  




침묵이 주는 평안감을 더 얻고 싶다. 


침묵이 나의 호흡과 함께 일 때 나는 비로소 예전보다 더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 성장을 알아차리는 순간은 많지 않다. 일 년에 한 번 만이라도 내가 전에 비해 조금 더 성장하였다는 것을 느끼고 싶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비록 더딘 성장일지라도 묵묵히 가야 한다. 쏟아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바라면 안 된다. 기대 없이 그저 묵묵히 가야 한다. 



시간이 한 참 지난 지금도 침묵 속에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과연 그는 내게 왜 그 질문을 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온몸이 울었던 요가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