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에 맞는 사이즈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Part 1

교환 반품 걱정 없는 깔끔한 온라인 쇼핑을 위하여

by 망고대디

1. 신어보지 않아도 돼


나는 평소 온라인 쇼핑을 즐겨 하지 않는 편이다. 물건을 받아 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을때 교환이나 환불 하는 것도 나에게는 퍽 귀찮은 일이고, 구매 결정을 하는 행위 자체를 함에 있어서도 많이 망설이는 편이라 사진만 보고 결정을 해내야 하는 온라인에서는 그것이 더더욱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쳐지는 이런 나와는 상관 없이 온라인 쇼핑은 이미 한참 전부터 어마무시한 시장이었다. 무신사나 W컨셉 등 온라인 편집샵들이 업계를 주름잡고 있고 리셀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크림이나 솔드아웃도 덩달아 핫한 플랫폼이 되었다. 셀럽들의 플렉스였던 신발 수집은 이제 더이상 소수의 마니아적인 것이 아닌 투자로써의 가치까지도 갖을만큼 대중화 되었으니 신발의 위상이 꽤나 높아진 듯 하다.

단 한번도 신발을 온라인에서 사본 적이 없는 나에게 있어 신발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면.. 마음에 드는 브랜드와 디자인의 신발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았겠지만 무엇보다도 사이즈를 골라야 하는 단계에서 넘지 못할 결정장애의 벽에 부딪히고 말것이다. 내 발은 265mm일까, 270mm일까. 예전에 어디선가 260mm도 맞았던 것 같았는데...


2. 신발쟁이에게 사이즈란..?


난 해외에서 모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을 개발하는 일을 해왔고 지금은 신발과 관련한 스타트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우연찮은 계기로 이 분야에서 약 10여년 째 신발쟁이의 삶을 살아오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나 역시 신발을 구매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소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어떤게 나와 맞는 사이즈인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신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간혹 내게 신발이 개발될 때 사람들의 발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최고의 쿠셔닝과 발에 감기는 듯한 착화감을 만들어 내기 위해 뭔가 과학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들이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질문들을 하곤 하는데(적어도 그래야만할 것 같은 위상이 있는 브랜드들이니까), 사실 그들의 기대만큼 뭔가 대단한게 없어서 대답하기 미안할 따름이다.

물론 신발을 개발하는 과정 중간 중간 사이즈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한다. 직접 신어보기도 하고 내측의 길이를 직접 측정하기도 하면서 기준을 미달하면 수정할 수도 있다. 허나 경험상 사이즈에 대한 이슈가 잘 없기도 했지만 이슈 자체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해야할까? 그 자체를 마이너한 문제라고 봤던 것 같다. 그만큼 개발하는 동안은 신경 쓰지 않았던 문제인데 1초만 생각하면 막상 소비자에게 디자인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당연하지, 아무리 삐까번쩍해봐라 내 발에 안맞으면 소장 말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럼 난 무엇을 위한 개발을 했던걸까, 살짝 허무함이 든다.


3. 자만 있으면 됩니다. 참 쉽죠잉?


좋다, 어찌 되었든 개발 나름대로 검증도 했으니까 결과가 그들 기대만큼 정밀하지는 않더라도 쇼핑이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사이트에 들어가서 둘러나 보자하고 모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공홈에 들어가 본다. 이 브랜드의 신발을 가져본 적이 있긴 한데 너무 오래 돼서 어느 사이즈를 신어봤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2~3개 사이즈를 주문해서 신어보고 안맞는 나머지는 반품하면 내 사이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반품 하는 것마저도 귀찮아 하는 편이다. 한 번에 딱 맞는 사이즈를 고르고 싶은데 마침 친절하게도 사이즈 선택 위에 'Size Chart'라는게 가이드처럼 나와 있어서 바로 클릭.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 발의 뒷꿈치와 가장 긴 발가락의 끝을 수직선으로 이었을때 길이를 재어 보고 그 길이가 만약 270mm 이라면 270mm의 신발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집에 있는 줄자로 바로 측정해보니 대략 255mm 정도 나오는데 그럼 난 255mm를 선택해면 쇼핑 끝, 배송 대기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성장이 멈춘 이후로 265mm 보다 작은 신발 사이즈는 신어본 적이 없다. 당연하지, 너무 작아서 발가락을 펼 수도 없으니까!! 이대로 신발을 주문 한다면 100% 반품이다.

이렇게 역사 깊고 수 많은 선수들을 후원하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나에게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곧장 다른 모 유명 브랜드의 가이드도 찾아보니 미국 사이즈와 한국 사이즈의 비교 정보와 함께 마찬가지로 발 끝간의 길이를 재어보고 그대로 사이즈를 선택하라 하고 있다. 내가 조금 여유있는걸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 넉넉하지 않나..?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스크린샷 2022-12-02 오전 9.48.27.png 발길이 = 신발 사이즈?


4.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운이 좋게도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에는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의 발을 측정한 데이터와 그에 맞게 신었던 신발들의 정보가 있다. 브랜드나 신발 모델과는 무관하게 270mm을 신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발 길이는 257.03mm, 265mm을 신는 사람들의 평균은 253.21mm. 내가 보통 265mm나 270mm을 신는 편이니 난 분명하게도 평균에 근접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저들은 잘못된 사이즈를 추천하는 것일까..? 저 방법이 맞다면 왜 브랜드에 따라서 맞는 사이즈가 달라지는걸까. 대단한 발견이라고까진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10만 대군의 백데이터가 내 뒤에 든든하게 있기에 지금부터 자신있게 태클을 걸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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