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드라마 '원더우먼'에서 프랑스어와 베트남어 연기를 하게 된 이하늬 배우. 프랑스어 수업을 끝내고 베트남어 선생님을 기다리는 시간, "프랑스어가 너무 생경한 언어"라며 "아, 어떡하지. 할 수 있겠지"라며 책상에 고개를 파묻는다. 그리고 몇 초 뒤 "해야죠, 뭐! 어떡해. 해야지. 잘해야지."라며 혼잣말을 하며 발음 연습을 시작한다.
찰나의 반전은 인상적이다. 15년 전 2007년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해 당당하고 매력적인 눈빛으로 장구춤을 추던 이하늬 씨에게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그리고 그 난관에 짓눌려 엎드려 있는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순식간에 허리를 꼿꼿이 펴는 모습을 동경하게 된다. 어느 기업가의 강연보다 확실한 동기부여 영상이다.
◇태연, 아이린, 미연, 이하늬의 공통점
"그래도 어떡해, 해야죠."는 이하늬 배우만의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한 분야에서 지난한 훈련을 거듭하고, 그 성과를 대중에 보이고 있는 여성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가수 태연은 "오늘 촬영 못 해"라며 의자 등받이에 늘어졌다가 10초도 되지 않아 "그래도 해야지, 촬영하러 왔는데"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레드벨벳 아이린은 "학원 가기 싫어요. 어쩌죠?"라는 팬의 댓글을 보고 "그래도 가야지, 어떻게 해?"라고 답한다. 아이즈원 출신 예나와 G-Idle 미연, 허니제이, 박은빈 등이 영상은 트위터에서 주기적으로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리스트에 추가돼 리트윗 된다.(예시 https://twitter.com/929_o3o/status/1479476833448263680)
◇'해보기나 했어?'와 다른 점
불평불만할 시간에 시도하라는 메시지에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말했다는 "해보기나 했어?"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냥 해내자'며 스스로 다짐하는 이 여성들의 말은 어째 게으른 나를 가르치거나 혼내는 것 같지 않다. 대신 그들의 삶이 보인다.
그들이 거쳐온 세계는 1시간 연습했다고 1시간치 시급을 주지 않는 곳이다. 수년간 연습생 생활을 거쳐도 데뷔나 대상 가수 같은 보상을 보장해주지 않는 곳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주는 불안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정해진 것이 없어도 어떡해, 연습해야지?"라며 마음을 다잡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꾸준히 해내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명언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지겨운 시간을 들여 목표를 성취한 아티스트들의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라는 말은 그래서 위안과 용기를 함께 준다. 코로나로 기회의 문도 좁아졌고 한 치 앞 예측하기도 어려운 시대, 일단 우리가 할 일을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