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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조 Feb 21. 2022

어른도 달콤한 칭찬이 필요하니까요

칭찬을 삼키지 않는 법

"주말을 뜨겁게 달구고도 그 열기가 꺼지지 않아, 화요일까지 트위터에 울려 퍼지는 OO 씨 기사~ 너무 자랑스러워요!"

토요일에 나온 후배의 기사가 화요일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코멘트와 함께 공유되는 것을 보고, 후다닥 캡처했다. 기사에 대한 칭찬을 듬뿍 첨부해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필터 버블 현상이 심한 시대, 동료의 SNS 타임라인에서는 잠잠했을지 모르니, 내 타임라인의 상황을 당사자에게 속보로 전달한 것이다. "우와 몰랐는데, 알려줘서 감사해요!"라는 답장을 받고 간단히 근황을 나눴다. 생생한 칭찬을 전하고 나니 하루치 뿌듯함이 가슴속을 가득 채운다.


칭찬을 좋아한다. 낯부끄러운 칭찬도 사양하지 않고 덥석 받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해서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편을 더 좋아한다. 초등학생 때 다닌 서예학원에서 공부한 논어에서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말을 배웠을 때부터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 상대가 원하는 바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린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조차 모르는 나에 대해 알려주기를, 칭찬해주기를 바랐다.

상대를 기쁘게 만드는 칭찬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재밌다. "잘생겼다는 소리를 평생 들은 사람은 잘생겼다는 말보다 다른 영역의 성취를 칭찬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외모에 대한 칭찬은 아무리 좋은 뜻이더라도 외모에 대한 강박을 강화할 수 있다" 등 내가 기억하는 조언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칭찬을 잘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상대가 무엇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좋은 기사를 읽으면, '언젠가 이 기사의 필자에게 칭찬을 전해줘야지'하며 다시 한번 기사를 세심히 살핀다.

건축 분야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취재하던 선배가 아니었다면 아티클 하나에 담기 어려웠을 오랜 역사, 현장에 여러 번 들러서 취재원과 라뽀를 쌓아야만 들을 수 있는 멘트, 아름답고 공들여 찍은 덕분에 인터뷰이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진 등. 내가 감탄한 부분인 동시에 상대가 신경 썼을 부분에 대해 정확히 기억해둔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나도 누군가의 다정한 칭찬에, 세심한 단어에, 정확한 포인팅에 나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특히 기자는 하루를 잘해도 다음 날 못 하면 욕을 먹는 업이다. 바쁜 일상에 칭찬에 인색한 분위기에, '기자는 매일 쌓이는 마일리지가 없다'고도한다. 나라도 기사의 감동과 품 들인 티가 결과물에 대해 꼭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칭찬을 삼키지 않는다.


칭찬을 잘하는 또 다른 방법은 때를 놓치지 않고 그때그때 전하는 것이다. 나는 K팝 아이돌들의 결과물을 듣고 보다가 감동을 느끼면, 그 팬들이 모인 게시판에 달려가 칭찬 글을 쓴다. "이번에 NCT 도영이 올려준 '라라라 러브송' 커버 지금 1시간째 재생하고 있어. 벅차오르는 느낌에 너무 세련됐어ㅠㅠ" 같은 식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수의 노래를 다른 누군가도 사랑해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들과 "정말 좋지, 앞으로도 자주 들어줘" "여기 와서 예쁜 말 남겨줘서 고마워!" 같은 말을 나누다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

우리가 갓 태어났을 때는, 내가 옹알거리는 말에도, 한 발짝 내민 것만으로도 칭찬을 받는다. 어른이 될수록 우린 칭찬받을 일이 점점 사라진다. 어른에게도 칭찬은 필요하다. 그러니 우린 나쁜 말은 목구멍으로 삼킬지라도 좋은 말은 삼키지 말아야 한다. 시간은 지나치게 빠르고 세상은 지나치게 넓어서, 나를 감탄하게 만든 그 사람과 당장이라도 영원히 못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때 칭찬을 전해줄걸, 후회 말고, 용기 내서 칭찬을 뱉어내자.


https://www.youtube.com/watch?v=FLlvOvafoCs&ab_channel=LOVED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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