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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Dec 13. 2023

앞치마와 한 몸으로 사는 분의 관점

나의 시어머니는 정말 엄청 깔끔하신 분이다. 어머니 댁에 갈 때면 늘 현관 입구에서 손을 닦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신발 신고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행동에 지침을 주신다. 가족들이 다 모인 날에는 씻는 순서도 정해주시고, 젖은 수건은 어떻게 걸어 놓아야 하는지, 칫솔은 어떻게 정렬해 놓아야 하는지, 앉아 있을 땐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혹 배달 음식을 시켰을 때는 배달 온 음식과 집기들을 어떻게 깨끗하게 사용해야 할지 등. 끊임없이 지침을 내리신다. 사실 그 모든 것들을 따르지 않는다고 더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 하셔야만, 우리가 그 말을 따르는 것을 직접 보셔야지만 마음을 놓으시기 때문에 우리는 늘 그렇게 하는 편이다.


나의 시어머니가 가장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건 집안 살림에 별 관심이 없는 며느리를 둔 것이다. 그래서 늘 우리 집에 오시면 앞치마부터 메고 청소를 시작하신다. 건식 화장실인 호주 화장실이 너무 마음에 안 드신다면서 굳이 물을 다 뿌리시고 카펫을 촉촉이 적셔 놓으시기도 하고, 착착 걸어 놓으면 되는 걸 이렇게 내려놓냐고 하시며 작아서 잘 안 보이니 괜찮을 거라는 작은 못 들도 벽에 박아 줄줄이 걸어 놓으신다. 창틀은 젓가락으로 온 방을 돌아다니며 밀어 찌든 때를 파내고, 화장실 벽은 유독한 락스 같은 화학제품으로 도배를 해 놓으신다.


그럼 이쯤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얼마나 청소를 안 하고 살길래 그래? 집이 더럽긴 한가보지~ 해 줄 때 고마운 줄 알아야지 말이야 등등.


하지만 나는 사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법한 게 많은 물건을 놓고 사는 편도 아니고, 어지르는

걸 어지간히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도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가정 살림을 하고 있는데 이따금씩 어머니가 내 살림을 뒤집어 놓으시며 사사건건 지적을 하실 때면

괜한 반발심이 올라오곤 했다.


오늘 아침에도 다 쓴 쌀봉지와 파가 묶여있던 고무줄을 모으시며 말씀하셨다.

이거 버릴래 모아 놓을래?
모았다가 쓰레기라도 담아 버리면
좋더라고~

버릴래?


나는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대답을 했다.


어머니가 필요하신 거면
모아야지요.

어머니와의 줄다리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어머니가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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