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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가의 토토 Sep 17. 2024

엄마 같지 않아요

“왜 엄마라고 안 부르니? “

강물이 흘러 바다로 모이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양 오랜 연애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결혼 준비 과정 중에 미세한 감정싸움과 긴장감이 있었다. 나는 성격이 극 I이고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타입이다.

또한 친정 집안 분위기 자체가 감정 표현을 건조하게 하는 편이라 예비 시어머니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은 뻔했다.

더욱이 나는 상대방에 따라 텐션이 업다운이 심한 편인데, 어머님도 결코 나에게 곁을 내주지 않고 오히려 은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어느 날 어머님(그때 당시 예비 시엄니)과 시내에서 만나서 이런저런 결혼 준비를 하고 헤어졌다. 안경태(남편 가명)는 일이 바빠서 함께 하지 못했다. 나름 잘 보이려고 얼굴에 끊임없이 미소를 띠고, 적절한 단어를 골라 말을 하느라 진이 빠져서 집에 왔는데, 안경태한테 전화가 왔다.

그때는 나도 참 철이 없었는데 안경태 역시나 철도 없고 말주변도 없었다. 목소리에 화가 잔뜩 묻어난 말투로

“너는 왜 우리 엄마한테 엄마라고 안 불러?”

(이게 갑자기 무슨 자다가 봉창???)

“무슨 말이야?” 하고 물으니

“우리 엄마가 너가 엄마라고 안 불러서 기분이 좋지 않으시다. “ 는 거였다.

자기 없이 결혼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데 최소한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전화한 용건은 단지 엄마가 화가 났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다.

순간 너무 기분이 나빴다.

우선, 어머님이 그런 부분에 대해 서운하셨다면 아들한테 돌려 말씀하실 것이 아니고 직접 말하시면 되는 일이었다. 몇 시간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분위기 맞춰드리고 왔는데 뭔가 뒤통수 맞은 느낌이랄까?

두 번째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꼭 어머님 또는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가? 그게 화가 나실 일인가? 물론 입의 혀처럼 굴며 “엄마 엄마”불러가며 애교 있게 굴면 당연히 예쁘겠지만, 그렇지 않은 , 그렇지 못한 성격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좀 기다려주시면 좋으련만.. 어머님 본인 자체도 전혀 살가운 성격이 아니신데 왜 며느리는 꼭 그렇게 애교 장전모드이기를 바라는지..

본인은 전혀~~~~ 엄마같이 안 구시면서 웬 엄마???

그 전화 이후 어머님을 대하는 게 왠지 더 껄끄러웠다


어찌어찌하여 결혼을 하고 아버님 첫 생신을 맞아 아버님 생신상을 차려드렸다.

결혼 전에 요리는커녕 밥도 안 해봤다.

친정 엄마는 결혼하면 어차피 다 할 거라도 아무 일도 못하게 했다.

그런 내가 인터넷의 힘과 엄마에게 조언을 구해 상을 차렸으니 당연히 모든 요리는 서툰 맛이었겠지.

그래도 나 같으면 그 정성이 너무 예쁠 것 같은데.. 어머님은 구절판 밀전병이 너무 두껍다. 야채를 더 얇게 잘랐어야 했다. 갈비찜 간이 어떻다 저떻다하며 시종일관 미슐랭 심사위원 같은 태도로 맛을 평가하셨고, 아버님도 어머님 눈치 보시느라 고맙다나 맛있다는 예의상 표현도 하지 않으시고, 우리의 안경태는 여전히 아무 눈치가 없고..

그때 들리는 마음의 소리..


에잇, 우리 친정 부모님께도 안 한 걸 이분들께 해드리는데 반응이 왜 이래?

에잇!!! 재미없어!!

에잇!! 서운해!!!

안 해!!!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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